G20서 인도에 러브콜 경쟁 美, 아태지역 인프라 지원 약속… 中, 회담 정례화로 견제 나서 WSJ “인도, G2 싸움 조정자로”
몸값 높아진 모디 인도 총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중 패권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모디 총리(오른쪽)는 11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가진 첫 미국-일본-인도 3국 정상회담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자”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무역전쟁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패권 경쟁’ 양상을 띠면서 ‘중립지대에 있는 큰 나라’ 인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파워게임이 벌어졌다.
미국 일본 인도 정상은 지난달 30일 G20 개최를 계기로 첫 3자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자리에 앉아 지속가능한 발전, 대테러 대응, 사이버 보안 등 여러 글로벌 이슈를 논의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협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미국과 일본에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기본적 가치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우호국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위해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에 대해 최대 700억 달러(약 80조 원)의 인프라 지원을 표명했다. 이 구상안에 인도를 합류시키면 경제적 군사적으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2일 “인도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미국 일본과의 3국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번에 미국 일본 쪽으로 방향타를 돌렸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3국 정상회담에서 3국의 머리글자 ‘JAI’(Japan, America, India)가 힌디어로 ‘성공’을 뜻한다고 설명하며 “매우 좋은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몸값 높아진 모디 인도 총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중 패권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11월 30일 모디 총리(왼쪽)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과의 3국 비공식 회담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인도는 중국 경제가 한풀 꺾여가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신흥 경제국으로 평가된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오래된 부정적 이미지’인 부패를 상당 부분 걷어내고 화폐 및 조세 개혁을 단행하면서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7.3%까지 끌어올렸다. 내년 성장률도 7.5%로 전망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는 날선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인도에는 관세 인상 유예를 제시하는 등 친화적 태도를 견지했다. 인도의 광활한 소비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미국은 지난달 인도가 러시아제 휴대용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15억 달러(약 1조6940억 원)어치 구매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강하게 반발하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한 인도에도 제3국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역할 때문에 눈감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와 오랜 앙숙 관계인 중국도 미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도를 선택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는 4000km에 이르는 인도와의 국경지대에서 인도와 적잖은 마찰과 갈등을 빚었으나 올해부터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 체제로 돌아섰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정미경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