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사상 구속영장을 청구한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주목받는다.
이들은 이른바 차기 대법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될 만큼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사법농단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되면서 사법부 70년 역사상 첫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법관으로 이름을 올리는 수모를 겪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서울 환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경북 영주 태생이어서 ‘범 대구·경북(TK)’ 인사로 분류됐다고 한다. 법조계 엘리트 모임으로 알려진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회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법관 임명 당시에는 이른바 ‘서울법대·50대·남성 법관(서오남)’이라는 전통적 범주에 부합하는 인물에 속하기도 했다. 그는 2011~2017년 대법관을 지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사법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 등 이른바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9년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대법원장 후보군에 속한다는 세평이 있었을 정도로 사법행정 분야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해 6월 퇴임한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까지 석좌교수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그의 재직 시기는 이미 구속기소된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근무한 2015년 8월~2017년 3월 기간과 약 1년 겹친다.
그는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84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건설국장, 광주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전주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두루 거쳤다.
고 전 대법관은 조직 내에서 이른바 호남 엘리트 법관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2012년~2018년 대법관을 지냈는데, 그 또한 임명 당시 ‘서오남’ 범주에 들어갔다.
고 전 대법관은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고 사법부의 내홍이 커지던 상황에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퇴임때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지난달 19일 공개 소환 이후 20일, 22일, 25일 연속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지난달 23일에 이어 24일, 27일 대면 조사한 뒤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간 전·현직 대법관들이 검찰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