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계도기간 12월 종료 기업들 “현행 3개월서 확대 절실”… 경사노위 협의기구 구성도 못해 국회 연내 법안처리 사실상 무산
“올해는 공사 기간이 촉박하지 않은 현장은 최대한 주말에 쉬고, 급한 곳은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텼는데….”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주 52시간제의 계도기간이 31일로 끝나는 것과 관련해 “인건비 부담이 커서 인력을 늘리기보다는 공사 기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탄력근로제의 확대 없이 계도기간이 끝나면 현장에서 공사 기간을 맞추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며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의 최대 운용 기간이 1년으로 확대되기만 해도 한숨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건설, 게임, 정보기술(IT), 조선업 등 탄력근로제가 절실한 대기업들은 단위기간이 최대 1년까지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여야정 대표가 지난달 5일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했던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논의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기다리자는 태도지만 경사노위는 회의체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 혼란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탄력근로제 확대 도입 때까지 주 52시간 처벌 유예기간(계도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라는 게 재계 의견이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탄력근로제 보완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유예기간도 함께 연장되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고 강조했다.
경영계의 계도기간 연장 요구에 고용노동부는 “실태 파악이 먼저”라며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달 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ryu@donga.com·주애진·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