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카디르의 한국 블로그]믹타, 5개의 별이 모두 빛나려면…

입력 | 2018-12-04 03:00:00


아이한 카디르 (한국 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 한국외국어대 국제개발학과 교수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가 만들어진 지 올해 9월로 5년이 됐다. 믹타는 주요 20개국(G20) 중에 G7과 브릭스(BRICS) 회원이 아닌 국가들이 만든 중견국 협의체다(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제외). 자유경제, 민주주의, 경제규모가 유사하면서 지역별로 중요한 국가들이 모여 만든 국가 간 협력체다.

믹타 회원들은 중점 협력 이슈로 다음 7개를 결정했다. 에너지 거버넌스, 테러리즘 대응, 경제통상 협력, 거버넌스 및 민주주의, 지속가능 개발, 양성평등, 유엔 평화유지활동 등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 G20은 국제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 플랫폼이 되었다. 한국도 여기에 속해 있다. 이 안에서도 세계의 경제 강국인 G7 국가들과 신흥 경제국인 브릭스가 힘이 가장 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견국끼리의 협력이 필요하다. 믹타가 만들어진 이유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믹타 자료들을 보면 회원국들의 유사한 가치와 유사한 입장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위에서 언급된 7개 이슈만 따져 봐도 현황과 외교정책 우선순위가 많이 다르다. 호주와 한국은 프리덤하우스의 자유지수에서 ‘자유국가’, 멕시코, 인도네시아는 ‘부분 자유국가’, 터키는 ‘부자유국가’로 나온다. 유엔개발계획 성불평등지수에서 호주는 세계에서 3위, 한국은 22위, 터키 멕시코 인도네시아는 각각 64, 74, 116위다. 환경성과지수에서는 호주는 21위고 나머지 국가들은 60위 이하다. 에너지 거버넌스에 있어서는 5개 나라 모두가 세계에서 앞서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안전, 에너지 형평성, 그리고 환경지속능력을 측정하는 세계 에너지 트릴레마 지수에서 한국은 35위(BAC), 호주는 38위(BBD), 터키는 44위(BBB), 멕시코는 58위(BBB), 인도네시아는 71위(BBB)다.

호주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이다. 한국은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이 0.144%, 호주는 0.226%다. 터키는 OECD DAC 회원이 아니지만 0.95%로 나온다. 반면 멕시코와 인도네시아는 아직 ODA를 받는 나라들이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은 참여 인원은 인도네시아만 많고, 금융적 기여는 호주와 한국만 높다. 테러리즘 대응도 모든 회원국에서 다르게 해석되고 우선순위가 다르다.

이만큼 다양한 정책과 현황을 가지고 있는 회원국들이 현실적으로 5년간 같이해 온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믹타 회원뿐 아니라 세계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시행 없이 진술만으로 지지할 만한 일반적인 공동 성명들을 낸 것이다. 두 번째는 회원국들 간 상호 교류 및 이해도를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청년, 기자, 학자, 관료 등의 교류 프로그램을 실행한 것이다.

믹타를 유지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G7이나 브릭스와 차별되는 공동 가치와 목표를 찾지 못하면 믹타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2016년 11월 공동 성명에서 강조했듯이 공정한 국제질서를 위해 믹타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에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을 공동 목표로 삼고 외교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믹타는 국제적 이슈에만 집중하고 각 회원국의 국내 정치 혹은 지역 정치를 믹타 이슈로 따지지 않아야 한다. 이슈가 세분화되면 될수록 공동 입장을 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믹타 공동성명 중 많은 수가 한국의 북한 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믹타 회원국들은 성명을 내지 않아도 한국의 북한 정책에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 또 성명을 내도 그 성명이 한반도 문제에 기여할 가능성 역시 낮다. 한국이 계속 지역 이슈를 가져와 믹타의 지지를 요청하면 다른 회원국들이 국내 정치 관련 공동 입장을 내자고 할 때 곤란에 처할 수 있다.

믹타에서 호주와 함께 한국의 지위는 중요하다. 이 두 국가가 지도국 역할을 하면서 믹타를 G7, 브릭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공동 목표들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경제규모 외에 유사점이 거의 없는 믹타는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
 
아이한 카디르 (한국 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 한국외국어대 국제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