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완화 없다’ 입장 굳히자 北 설득 나선 文 바라던 바는 아니지만 ‘차선’이라도 택할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제재 해제 요구를 고집해온 북한이 비경제 분야 상응조치로 신뢰를 먼저 쌓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안에 화답할지 4일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마친 뒤 한국시간으로 2일 공군 1호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의 완화 또는 제재의 해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군사훈련 연기·축소, 인도적 지원, 스포츠·예술단 교류, 철도 연결·현대화 등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사전 연구·조사 등을 비경제적 상응조치의 예로 거론하면서 “그런 가운데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이 1일(한국시간) 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끈질긴 제재 완화 요구에도 미국이 꿈쩍하지 않고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를 고수하자 북한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는 ‘북한이 제재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선다면 군사적 긴장완화와 종전선언 문제에 한층 전향적으로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중재안은 북한으로선 마뜩잖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군사훈련 축소와 인도적 지원 등은 이미 진행되고 있어서다. 특히 북한은 지난 9월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이후 종전선언이 아닌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했다.
북한으로선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제재와 무관한 상응조치는 핵심을 비껴간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아닌 자신들에게 양보를 요구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북미 협상 교착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문 대통령의 중재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선을 택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메시지”라며 “김 위원장은 대화판을 깰 수도 없고 시간을 끌수록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원하던 결과는 아니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그는 북한에 대해 100% 나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추가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하고, 추가적 비핵화를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