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군비 경쟁 중단을 논의할 수 있다고 직접 밝혔다.
중국의 패권 도전을 겨냥해 핵무기를 늘리겠다고 장담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미국-중국-러시아 간의 군비 경쟁 중단 협상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억제 불가능한 군비 경쟁의 의미 있는 중단을 위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올렸다. 그러면서 “미국은 올해 7160억 달러(약 796조9000억 원)를 썼다. 미친 짓!”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재정 적자 감소가 실행되지 못하고 올해 재정 적자가 6년 만에 최고치인 7790억 달러(약 863조 원)까지 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군비 경쟁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10월 22일 백악관에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선언하며 “그들(중국)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우리도 핵무기를 늘릴 것”이라며 “그들이 조약에 서명할 때 우리도 핵무기 증강을 멈추고 감축할 것”이라고 했던 것과 상반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비 증강에 스스로 제동을 건 것은 국방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외교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10월 15일 싱가포르 아세안 정상회의 때 푸틴 대통령과 만나 INF 탈퇴를 비롯한 군축 문제를 논의했고, 그 직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러시아를 방문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 INF 탈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등으로 막판에 회담이 취소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군비 억제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결국 INF 탈퇴 선언으로 러시아를 위협하고, 무역 문제로 중국을 압박한 뒤 유리한 고지에서 군축을 논의해 재정 적자를 줄여보려는 ‘트럼프식 협상법’이 이번에도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