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동국.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1979년생 이동국(39·전북 현대)은 올해도 건재했다. 체력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 틈새를 관록으로 메우며 알찬 시즌을 보냈다.
1998년 포항을 통해 K리그에 데뷔한 그는 베르더 브레멘 임대(독일·2000년)와 미들즈브러 이적(잉글랜드·2007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국내 팬들과 만났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20년이다. 포항에서 7시즌을 시작으로 상무(2시즌)와 성남(1시즌)을 거쳐 2009년부터 전북 유니폼을 입고 10시즌을 뛰었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받는 부분은 출전 수다. 포항(123경기)과 상무(51경기), 성남(13경기)에이어 축구인생의 전성기를 보낸 전북에서 10년 동안 317경기를 소화했다. 불혹인 올 시즌에도 35경기에 출전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이 무려 504경기다. 이는 김병지(706경기)와 최은성(532경기)에 이어 K리그 역사상 세 번째 대기록이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로는 김기동(501경기)을 제친 최다 출전선수다.
출전기록은 선수의 성실성을 대변한다. 또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가능한 기록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무용지물이다. 이동국이 대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가 됐다. 최근 전북과 1년 재계약한 그는 내년에도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며 출전수를 추가해간다.
전북 이동국. 스포츠동아DB
또 하나 인상적인 건 득점이다. 주로 교체(35경기 중 27경기)로 출전한 올 시즌에도 13골을 기록해 전북의 6번째 K리그 우승에 힘을 보냈다. 이동국은 215골로 K리그 통산 최다 득점자다. 200골 이상은 이동국이 유일하다. 현역 중에선 외국인 선수 데얀(수원)이 186골로 통산 2위고, 국내 선수 중에선 김신욱이 123골(공동 3위)을 기록하고 있지만 차이가 많이 난다.
올해까지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도 돋보인다. 전북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K리그 10시즌을 뛰며 기록한 득점은 총 64골이고, 그 중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시즌은 딱 두 번뿐이다(1998년 11골·2003년 11골). 그런데 전북에 입단한 2009년 22골을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10년 동안 내리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K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이 같은 기복 없는 공격력은 안정감을 준다. 내년 시즌에도 10골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구단별 득점 상황을 보면 부산을 상대로 가장 많은 골(26골)을 넣었다. 울산(19골) 포항(18골) 경남(17골) 대전 및 수원(이상 16골)과의 경기에서도 득점력이 빛났다. 득점방법에서는 오른발이 91골로 42.3%이고, 왼발(45골 20.9%) 헤딩(40골 18.6%) PK(오른발)(39골 18.1%) 순이다. 시간대별로 보면 전반(87골)보다는 후반(128골)에 더 강했다. 또 후반 중에서도 31~45분 사이가 49골로 한방이 가장 많이 터진 시간대다. 한편 도움도 75개로 통산 2위인데, 득점과 도움을 합친 공격 포인트는 290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북 구단은 이동국을 두고 “선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평가한다. 드러나는 기록 이상의 존재감을 지녔다는 의미다. 비단 소속구단만의 평가가 아닐 터다. K리그 전체로 봐서도 그의 가치는 빛난다. 내년에는 최강희에서 조제 모라이스(포르투갈)체제로 전북 감독이 바뀐다. 변화된 환경에서도 이동국이 전설의 기록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