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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효진 “연기할 땐 늘 라이브 무대에 선 기분”

입력 | 2018-12-05 06:57:00

배우 공효진은 5일 새 영화 ‘도어락’을 내놓으며 “내가 연기해서 관객들이 더 답답해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책임감이 강하기에 만족도, 아쉬움도 솔직하게 꺼낼 수 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 영화 ‘도어락’으로 컴백한 공효진

혼족 늘면서 ‘현실공포’ 그 자체
줄줄이 촬영…일복 터져 행복해
삶의 원동력요? 여배우 7인방!
손예진과는 둘이서만 온천여행


배우 공효진(38)은 영화 ‘도어락’을 두고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많이 봐 달라”면서 관객에 좋은 점만 부각해 알리려는 배우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책임지는 주연 배우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그리고 가감 없이 여러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 굳이 꾸미지 않는 성격과 경력을 쌓은 배우의 내공이 느껴지기도 했다. 뭐가 됐든 공효진이어서 가능했다.

5일 개봉한 ‘도어락’(감독 이권·제작 영화사 피어나)을 매개 삼아 공효진과 마주 앉은 인터뷰 자리. 그는 질문을 받기 무섭게 역질문을 꺼냈다. ‘정말, 그렇게, 영화가 무섭냐’는 궁금증이다. 맞다. 영화는 현실공포 그 자체다.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여성이 밤마다 집에서 겪는 상황은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개봉 뒤 관객 반응을 더 살펴야겠지만 먼저 본 사람들은 많이 무서워한다. 내내 불안한 기운의 이야기여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공포영화를 워낙 못 보는 우리 아빠도 도무지 못 보겠다고 할 정도니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분위기가 반영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1인 가구가 급격히 늘고 ‘혼족’ 혹은 ‘혼밥’이 자리 잡은 도시 생활에서 ‘도어락’은 허구의 이야기로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의 만듦새를 평가하는 건 두 번째 문제다.

영화 ‘도어락’에서의 공효진.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밤마다 덜컥대는 오피스텔 현관문의 도어락, 누군가 침입한 느낌 탓에 예민해져만 가는 주인공 경민(공효진)의 스크린 속 삶을 보고 있노라면 어깨를 제대로 펼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을 마주하는 극 중 경민은 때때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대범하다가도, 한편으론 무차별적인 범죄 앞에 속수무책 당하는 힘없는 여성의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공효진은 말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집에 몰래 들어갔을 때 경민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할 만한 설정을 몇 가지 제안하기도 했지만 결정인 감독의 몫이었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내가 연기해서 사람들이 더 답답해하는 건 아닐지. 나는 탁 받아치는 역할을 해왔고, 그런 이미지도 있으니까 말이다.”

● “연기할 땐 라이브 무대에 서 있는 듯”


자신이 책임지는 영화를 향한 만족도, 아쉬움도, 솔직하게 꺼내는 공효진은 최근 다양한 작품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는 연기를 통해 대중과 소통의 끈을 이어가는 드문 배우 중 한 명이다.

최근에는 더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인다. 얼마 전 영화 ‘뺑반’ 촬영을 마쳤고, 내년 1월 초엔 또 다른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촬영을 시작한다. 비슷한 나잇대 배우들이 그렇듯, 어쩔 수 없이 공효진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일복 터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하! 내년에 출연할 드라마도 결정돼 있다. 어찌 보면 내 앞의 일들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나를 기다리는 팀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안정되게 만든다.”

일만큼 개인의 삶을 다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 건 그가 건강하게 배우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주변에 어울리는 친구들도 여럿이다. 특히 여배우 7명으로 이뤄진 모임이다. 공효진 스스로도 “어떻게 모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각각의 인연, 서로의 만남으로 엮였다”는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배우 송윤아, 엄지원, 손예진, 이민정, 이정현, 오윤아다.

“3년 전쯤 우르르 여행 한번 가보자고 해서 다같이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직업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이 가고 싶어도 ‘같이 갈래?’ 물어볼 사람이 적다. 같이 여행가자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손)예진이랑 둘이서 온천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그 모임이 궁금해 좀 더 물었다.

“나는 술도 못 마시고, 주로 듣는 편이다. 모임에 앉아 있다 보면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 한다. 하하! 먼저 가는 사람들 보내고 끝까지 있으니까. 우린 취향도 잘 맞는다. 모두 운동 마니아이기도 하고.”

배우 공효진.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마음을 터놓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까. 공효진은 한결 여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를 상징하는 매력도 여전하다. 짜여진 대로 살기보다, 그만의 개성으로 삶을 개척하는 축에 속하는 그 매력이다.

“연기할 때도 멋있게 말하면 ‘직관적’이지만 사실 나는 즉흥적이다. 머리로 이 생각, 저 생각 해놓고 연기하는 편도 아니다. 매일매일 독을 품고 연기하지도 못한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마치 라이브 무대에 서 있는 듯한 느낌으로 한다. 내 기질이기도 하다. 처음 연기를 그렇게 배워서 인지도 모르겠다.”

공효진은 연예계 경험이라고는 모델 활동이 전부이던 고등학생 때 영화 ‘여고괴담2’에 출연,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새삼스레 데뷔 시절을 돌이켰다.

“그땐 만날 밤새우고, 현장 가서 ‘오늘은 뭐해요?’ 묻고 그랬다. 그렇게 배운 방식이 지금껏 이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천만다행인 건 그때 연출자가 민규동, 김태용 감독님이란 사실이다. 자유롭게 연기하는 법을 배웠달까.(웃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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