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왜 국내 유니콘 기업을 우리 자금으로 키워내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시장의 ‘모험자본’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위험이 큰 비상장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쉽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다. 은행은 담보나 기업의 과거 성과를 기반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기업을 선별하고 리스크를 평가해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을 좇는다. 하지만 국내 중소 비상장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중 단 2%만이 자본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 98%는 은행 대출의 몫이다.
먼저 자금 수요자인 비상장기업이 자금 조달을 쉽게 하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기존 7억 원인 크라우드펀딩 한도는 15억 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일반 공모보다 규제가 덜한 소액공모 한도는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확대된다. 비상장기업을 위한 투자전문회사 제도도 도입된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면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 열정을 갖춘 기업인이 창업과 성장 자금을 훨씬 쉽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금 공급 측면에서는 전문 투자자 육성이 핵심이다. 미국은 전문 투자자가 1010만 명인 데 반해 한국은 1943명에 불과하다. 전문 투자자가 되기 위한 요건(금융상품 투자의무 5억 원)을 대폭 완화하고 별도 등록의 불편도 없앨 계획이다. 전문 투자자는 분산투자 같은 까다로운 규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자 기회를 누리게 된다. 사모펀드에도 추가 진입, 운용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
금융투자회사에 대해서는 이해 상충 방지, 위탁업무 제한과 관련된 사전 영업행위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예비 코스닥’의 역할을 하는 코넥스 시장에 대한 접근성 역시 높아진다. 그 대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모든 위법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도입하고 철저한 사후 규제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혁신 과제들을 내년 1분기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자본시장법 개정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자본시장의 혁신으로 혁신벤처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금융투자회사가 서로에 좋은 동행이 되어 함께 성장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