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가 쓴 ‘비커밍(Becoming)’이 화제다. 지난달 13일 출간 후 2주 만에 미국에서만 200만 부가 팔렸다. 호기심에 샀다 글솜씨에 놀랐다. 판권이 무려 3000만 달러(약 330억 원)란 보도도 있었으니 상당한 수준의 조직적 도움은 있었을 거다. 그렇다고 원래 못 쓴 글을 살려낼 순 없다. 본판이 좋아야 화장도 잘 먹는다.
이 책은 ‘금성에서 온 미셸’이 ‘화성에서 온 버락’에게 바치는 절절한 연서(戀書)다. 성공을 향해 일직선으로 질주하던 질서의 화신 미셸은 혼돈과 무질서의 남자 버락을 만난다. 청혼을 질질 끌고 가사와 육아에 소극적이며 의정활동으로 툭하면 집을 비운다. 그가 대통령이 되자 미셸의 자아와 인생 경로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솔직함도 돋보인다. 가난, 풋사랑, 백인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프린스턴대 시절, 결혼 생활의 굴곡, 현미경 속에 놓인 백악관 생활을 숨김없이 서술한다. ‘나와 딸들이 중요한 존재인 건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행복해야 버락이 행복하고 그래야 그가 맑은 정신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란 현실 인식도 인상 깊다.
‘비커밍’은 다른 길을 간다.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되 방점은 ‘내’가 아닌 ‘남편’에게 찍혀 있다. 미국은 미셸 부부가 믿는 가치와 정반대의 인물을 후임자로 택했다. 재선을 준비 중인 그 후임자는 남편의 유산을 모조리 지워버릴 기세다. 이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투쟁심이 느껴진다. 공직 출마를 부정하는 미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다. 책에서 유일하게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