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19>마음을 달래주는 시인 안미옥
안미옥 시인은 “내 시가 독자들로 하여금 내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얘기를 들을 때 기쁘고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시 ‘캔들’을 읽었다는 한 독자는 안미옥 씨(34)에게 인스타 DM(메시지)을 보냈다. “제가 겪었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대신 얘기해주신 것 같습니다.” ‘어항 속 물고기에도 숨을 곳이 필요하다’로 시작되는 시 ‘한 사람이 있는 정오’를 봤다면서, 어떤 독자는 자신이 지나온 힘든 시기를 털어놓은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간 쓴 작품들을 묶어 책으로 낼 때만 해도 ‘내가 쓰는 시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라며 회의하던 시인은 평범한 독자들의 호응에 연일 놀라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온’(8000원·창비)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펴낸 첫 시집이다. “시인들끼리는 농담조로 ‘1쇄 시인이 진정한 시인’이라고 해요. (내 시집이) 1쇄나 나갈까 싶은 마음이었죠(웃음).” ‘온’은 5쇄(6000부)를 찍었고 안 씨는 올해 김준성문학상과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핫한’ 시인이 됐다.
21세기 문인의 정의를 묻자 안 씨는 “언어라는 도구를 갖고 일을 하는 노동자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장석주 시인은 트위터에서 스스로를 ‘문장노동자’로 소개한다. 주5일 산문을 써서 독자들에게 전송하는 작가 이슬아 씨는 ‘연재노동자’로 불린다. 안 씨 역시 영감을 기다리는 시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떠오르는 말들을 종일 노트북에 쳐 넣으면서 몇 달에 걸쳐 시 한 편을 완성해 내는 노동자의 모습이 자신이라며 웃음 지었다.
‘꾸준하게 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등단 무렵의 각오가 변함없는지 묻자 안 씨는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며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얼굴일 터이다. 그러나 시인은 “힘들어도 한다. 시를 쓰고자 하는 힘으로 생각을 할 수 있어서다”라고 말을 이었다. “제 작품이 내면을 잘 아는 사람의 것 같다는 평을 받기도 했어요. 사실은 사람들의 내면을 너무 알고 싶어서 그게 도대체 뭘까 생각하면서 쓴 것들입니다.” 시를 썼기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는 시인은 “제가 그렇듯 제 시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헤아려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