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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대법관, 동시 구속심사…후배 판사들이 운명 좌우

입력 | 2018-12-06 10:51:00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오늘 자신들의 구속심사에 출석했다.

사법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 2명이 구속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은 6일 오전 10시14분께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문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어 고 전 대법관도 오전 10시17분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심사에 출석했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심사가 열리는 법정으로 향했다.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10시30분께 시작됐다.

검찰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측은 심사에서 구속의 필요성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심사에 부부장급 검사 4~5명을 투입,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반면 전직 대법관들 측 변호인들은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가 방대한 만큼 심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청구서만 해도 박 전 대법관의 경우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경우 108쪽 분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각각 심사가 끝난 뒤 서면 심리를 거쳐 밤늦게 결정된다.

양 전 대법원장 아래 사법행정을 지휘한 두 전직 대법관은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고, 그 후임자인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처장직을 수행했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법관 및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등 전방위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핵심이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일본 전범기업 측 대리인 측과 수시로 비밀리에 접촉하고,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전임 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처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행정처가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한 판사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감사나 징계 없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그는 아울러 헌재 내부 동향을 파악한 뒤 특정 사건 대법원 선고 일정을 앞당겨 잡도록 법관에게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도 받는다.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도 구속 심사 대상이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 등을 확보, 수사를 벌인 뒤 이들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가 중대한 반(反)헌법적 범행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무작위 전산 배당 절차로 심사를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배당했지만, 이 부장판사가 연고 관계를 이유로 회피 신청을 냈다. 이후 심사는 임민성·명재권 부장판사에게 재배당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