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國葬… 텍사스에 안장 “우정과 헌신 일깨워준 최고 아버지”, 아들 부시 추도사 도중 울먹여 트럼프, 오바마 부부와 어색한 악수… 클린턴 부부엔 눈길도 주지않아
美 전-현직 대통령 한자리에 5일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엄수된 후 육군 의장대가 관을 옮기는 동안 전현직 대통령 부부 등 조문객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애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고인의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 워싱턴=AP 뉴시스
그는 “아버지 당신은 그 이상의 삶을 살았다.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울먹이면서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은 3세 때 백혈병으로 숨진 아들 부시의 여동생이며, 모친 바버라 부시 여사는 4월 별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고인의 생전 말을 인용해 “자녀들에게 물려줄 유산은 비싼 차와 두둑한 통장이 아닌 진정한 우정과 헌신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그는 1000개의 불빛 중 가장 밝은 빛이었다”고 말했다.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국장(國葬)으로 엄수된 이날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하고만 어색하게 악수한 뒤 자신을 바라보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 쪽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공화당에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민주당에선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이 총출동한 통합의 장이었지만 트럼프와 클린턴 부부의 조우 장면은 갈라진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옥에 티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정부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 이후 고인의 시신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이동한 뒤 ‘스페셜 에어 미션 41’로 이름 붙여진 ‘에어포스원’에 실려 장지인 텍사스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텍사스 휴스턴에 도착해 세인트 마틴 성공회 교회에 안치됐다. 이곳에서도 별도의 추도식이 열린 뒤 6일 오후 텍사스A&M대의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된다.
장례식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시민들이 시신이 안치된 의사당 중앙홀을 찾았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조문을 온 데이비드 씨는 “아이들에게 미국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시’라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그는 영원한 우리의 프레지던트이며, 오늘 그와 함께한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김정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