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 돌파… 10년새 2.6배로 증가
○ 감염 사망, 10년 새 2.6배로
A 씨처럼 난치병을 이겨내고도 기초적인 감염병에 걸려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는 환자가 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사망자 28만5534명의 사망 원인을 정밀 분석한 결과 폐렴 등 감염병으로 숨진 사람이 2만8605명(전체 사망자 대비 10%)이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으로 숨진 사람(2만2745명)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은 감염병은 폐렴(1만9378명)으로 68%를 차지한다. 패혈증(3994명)과 결핵(1816명), 장감염증(893명) 등 나머지 모든 감염병 사망자를 합한 것보다 2배 이상으로 많다. 국내 폐렴 사망률(10만 명당 48.1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49명)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수막염과 류머티스염, 골수염 등 치료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감염병으로 숨을 거둔 사람은 2007년 527명에서 지난해 476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김재연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전문의는 “고치기 어려운 질환은 잘 보면서 정작 기초적인 감염병은 놓치는 일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노인 요양시설이 ‘감염병 배양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 인구가 늘어난 데다 요양시설에서 함께 지내며 각종 병원체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 환경을 감염병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겨울 독감으로 숨진 175명의 마지막을 추적 조사해보니 71명(40.6%)은 독감에 걸리기 일주일 전부터 요양원 등 집단시설에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감염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80대 이상(14%)과 70대(9.5%)였다.
○ “만성질환자에게도 백신 지원해야”
더욱 근본적인 대책은 예방접종을 강화하는 것이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감염병에 더 잘 걸리고,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들 예방접종엔 건강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골수 이식 환자가 모든 예방접종을 다시 하려면 200만 원가량을 전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 예방접종 대상은 영유아와 노인에 국한돼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이 만성질환자 등 감염병 위험군의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것과 대조된다.
특히 사망자가 많은 폐렴의 경우 성능이 더 좋은 백신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가 무료접종 대상은 23가(다당질) 폐렴사슬알균 백신이다. 가격은 13가(단백접합)보다 3배 저렴하지만 면역력이 유지되는 기간이 짧다. 패혈증이나 수막염은 막을 수 있지만 정작 폐렴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성능 좋은 백신에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