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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투표선 동성결혼 부결됐지만… 亞 첫 합법화 눈앞

입력 | 2018-12-08 03:00:00

亞로 확산되는 ‘성소수자 권리’ 논의




지난달 24일 대만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 통과됐다. 사진은 2016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타이베이에서 동성 결혼 지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 타이베이=AP 뉴시스

‘혼인평권(婚姻平權·동성도 이성과 평등하게 결혼이라는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난달 24일 대만에서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에 민법상 동성 결혼을 허용해야 하느냐는 항목이 포함됐다. 하지만 부결됐다. 보수적인 목소리가 더 컸기 때문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가디언에 따르면 혼인평권을 비롯해 함께 투표에 부친 동성 커플의 사실혼 관계 허용 여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성애 교육의 허용 여부 등 네 가지 동성애 관련 항목에 대만 국민은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민법에 손을 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동성 관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1개 항목만 통과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동성애 관련 국민투표가 국가에 대한 국민의 ‘맞불’ 식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투표에선 민법 개정을 위한 동성 결혼 허용이 부결됐지만 대만은 내년 5월까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 지난해 5월 24일 대만의 헌법재판소인 사법원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 혼인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현행 민법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사법원 결정에 대만의 보수 단체들이 반발하며 이번 국민투표 10개 안건 중 5개가 동성애 관련 이슈가 됐다. 당시 사법원은 ‘동성 혼인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2년 안에 만들라’고 결정했다. 민법 개정을 통한 문제 해결이 이번 국민투표로 막혔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대만은 약 반 년 뒤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가능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성소수자의 지위와 권리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엔 주로 영미권과 유럽 국가 위주로 이뤄졌지만 이젠 아시아 국가나 종교계에서도 사회적 이슈로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

같은 시기 중국에선 대만과는 정반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국가의 결정에 대만 국민이 반발하고 나섰다면, 중국에선 동성애를 탄압하는 당국의 결정에 국민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SCMP에 따르면 동성애를 묘사한 소설가가 지난달 중순 중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 6개월형을 선고받자 누리꾼들이 분노했다. ‘리우’라는 필명을 쓰는 이 소설가는 남성 교사와 남성 제자의 사랑을 다룬 단행본 소설을 7000부 이상 팔았다는 이유로 10년 6개월형을 받고 수감됐다. 4세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피고인이나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피고인이 중국 법원에서 각각 징역 5년형과 6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에 비하면 “형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동성애 관련 서적을 5000부 판매하거나 1만 위안의 수익을 내면 최소 징역 10년형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평등법률단체 변호사 덩슈에핑은 “중국 법률이 사회 변화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법률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동성애는 죄가 없다”고 천명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완화된 인식을 드러냈지만 2일 스페인 신부의 책 ‘성직 소명의 힘’(다음 주 출간 예정)에 실린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는 성직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혀 구설에 올랐다. 인터뷰 시기가 8월이어서 당시 큰 문제가 됐던 가톨릭교회 내부의 미성년자 성 학대 사실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성소수자 차별 발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제가 권력을 이용해 어린 남성 신자의 성을 착취한 행위를 동성애 탓으로 단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