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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큐, 박항세오” 수백만 명이 뛰쳐나왔다

입력 | 2018-12-08 03:00:00

베트남, 스즈키컵 결승진출




베트남과 필리핀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이 열린 6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등에 박항서 감독 얼굴과 베트남 국기, 태극기 등을 그린 한 열성 홈 팬이 다른 관중과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박 감독(오른쪽 사진)이 이끄는 베트남은 필리핀을 2-1로 꺾고 2008년(우승) 이후 10년 만에 결승에 올라 말레이시아와 맞붙는다. 하노이=AP 뉴시스

“생큐, 박항세오(감사합니다, 박항서 감독님).”

6일 밤 베트남 전역은 ‘박항서 매직’으로 들썩였다. 이날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필리핀을 2-1로 꺾고 10년 만에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4-2로 2008년(첫 우승) 이후 다시 결승 티켓을 차지해 말레이시아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

베트남은 동남아 최고 축구 대회로 꼽히는 스즈키컵 대회 기간이면 늘 축구 열기로 달아오른다. 태국과 함께 동남아 축구 강국이란 자부심이 있다 보니 베트남에서는 우승 가능성이 있는 스즈키컵이 월드컵보다 오히려 더 인기가 있다. 그런 무대에서 오랜만에 결승에 올랐으니 정상 탈환을 바라는 베트남 현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수밖에 없다.

VN익스프레스는 “총리와 시민 모두 열광했다”며 “베트남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어나와 승리를 기뻐했다. 금성홍기(베트남 국기)와 태극기가 뒤섞인 감격스러운 밤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박 감독이 제압한 필리핀은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등의 사령탑을 지낸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박 감독은 승리 뒤 “필리핀을 이기긴 했지만 솔직히 내가 그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명장을 넘어섰다는 커리어가 추가되면서 박 감독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2017년 베트남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박 감독은 K리그 등 국내 리그에서 사령탑을 맡았지만 큰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올해 베트남에서 박 감독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따뜻한 ‘아버지(파파) 리더십’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박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은 ‘명확하게 역할’을 정해주는 것입니다.”

7일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의 이동준 대표가 전한 말이다. 박 감독의 그림자 같은 존재인 이 대표에 따르면 박 감독은 선수로서 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 규율을 명확히 해서 따르게 한다. 식사 중 의자를 소리나게 끄는 행위도 다른 선수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며 그냥 넘어가질 않는다.

팀에서 갈등이 될 만한 것들을 사전에 차단해 팀 내 신뢰를 끌어올렸다는 게 박 감독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설명. 물론 베트남 선수들이 박 감독의 이런 지도 방식과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것은 어느 정도의 운이었다.

이 대표는 “박 감독의 말을 따르니 좋은 결과물을 얻었고, 그러니 더 박 감독을 전적으로 따랐다”고 말했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때부터 박 감독과 함께한 15명의 어린 선수가 이번 스즈키컵 엔트리(23명)에도 포함됐고, 나중에 합류한 선수들은 이들을 보며 똑같이 박 감독을 잘 따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스즈키컵 우승.’ 지난해 말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할 당시 베트남축구협회가 주문했던 지상 과제다. 올해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4강 진출(8월) 등 여러 신화를 써 왔던 박 감독이 풀어야 할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베트남이 10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에 오른 것은 우리 팀과 선수들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한 보상이다”며 “(말레이시아를) 철저히 분석해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베트남은 11일 말레이시아 방문경기로 결승 1차전을 치르고, 15일 안방에서 2차전을 갖는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