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동욱(26)씨는 유튜브로 ‘먹방’(먹는 방송)을 접하게 된 뒤 메뉴 하나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떡볶이를 먹는다면 꼭 당면이나 베이컨을 추가해야 한다. 떡볶이 국물에 치킨을 찍어 먹으면 맛있다는 먹방 BJ(Broadcasting Jockey)의 말에 치킨과 떡볶이를 함께 먹은 적도 있다.
김씨는 “방송을 볼 당시엔 체중관리를 위해 자제하는데, 다음날 끼니를 챙길 때가 되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먹방 애호가인 직장인 이모(30)씨도 1인분은 어딘가 허전하다. 이씨는 굶어가며 살을 빼던 시절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먹방을 보기 시작했다. 먹방 BJ가 설정한 다양한 메뉴 구성을 따라 하다 보니 식사량이 배로 늘었다.
먹방은 말 그대로 BJ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방송이다. 단, 보는 이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기상천외할 정도로 많이 먹어야 한다. 깔끔한 외양을 유지하면서 맛있는 소리를 내는 것도 먹방 BJ의 필수 자격 요건이다.
유튜브에 ‘라면 먹방’을 검색하면 가마솥에 라면 10개를 끓여서 한번에 먹는 영상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라면 봉지 수가 많을수록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남성 3명이 라면 24봉지를 끓여 함께 먹는 영상의 조회수는 380만 건을 넘어섰다.
치킨 먹방의 경우 치킨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떡볶이 먹방은 핫도그, 튀김, 면 사리 등 각종 주전부리가 곁들여진다. 이른바 ‘신박한’(매우 참신하다는 뜻의 온라인 유행어) 메뉴 조합이 인기의 관건이다. 자연스레 여러 가지 음식을 한번에 먹을 수밖에 없다.
먹방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원조 격이다. 외국에서도 먹방을 한국어 발음대로 ‘mukbang’이라고 표기한다.
급기야 보건복지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으로 “TV, 인터넷 방송 등 폭식 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2018년 비만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최근 방송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음식이나 과도한 포식 영상이 불필요한 허기나 식욕을 촉진, 비만 유발을 조장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1.2%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라고 한 응답자까지 포함하면 84.9%까지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먹방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폭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미옥 한국영양학회 책임연구원은 “유튜브의 먹방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흔히 말하는 ‘단짠’(달고 짠 맛을 번갈아 먹는 것) 위주의 자극적인 식품을 많이 선보인다”며 “이 같은 식품들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열량 중심 영양소에 집중돼 있다”고 우려했다.
손숙미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음식을 강한 조명으로 보여주는 먹방은 식욕을 분출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에 자극적인 먹방이 지나치게 많은데, 아무런 규제 없이 젊은 층에게 노출되고 있다. 주 시청자인 젊은층의 절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