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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브레이크] FA 시장에 비춰본 KBO리그 최초 삼각 트레이드의 가치

입력 | 2018-12-10 05:30:00

김동엽-고종욱-이지영(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BO리그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가 늘 똑같은 모습이던 스토브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7일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가 전격적으로 외야수 김동엽(28)과 고종욱(29), 포수 이지영(32)을 동시다발적으로 주고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고종욱을 영입한 SK는 테이블세터, 이지영을 확보한 넥센은 안방, 김동엽을 잡은 삼성은 거포 보강에 성공했다.시간이 흐르면 이번 트레이드의 당사자들과 해당 팀들의 희비는 제각각으로 갈리겠지만, 남는 자원을 매개로 꼭 필요한 전력을 얻는 트레이드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이정표 같은 다자거래’이자 ‘용기 있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NC 모창민-SK 이재원-최정(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FA 시장을 능가하는 현물거래?

2019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선 개장한지 3주 가까이 흐르도록 아직 3건의 제한적 거래만 신고됐다. 모두 내부 FA의 잔류 계약이다. NC 다이노스가 내야수 모창민(33)을 3년 총액 20억원, SK가 포수 이재원(30)과 3루수 최정(31)을 각각 4년 총액 69억원과 6년 총액 106억원에 붙잡았다. 총 15명이 시장에 나왔지만 계약 진행 자체가 더딘데다, ‘FA 거품론’ 속에 다시금 부정적 여론만 확산시키고 있을 뿐이다. 두산 베어스 출신 포수 양의지(31)의 거취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나, 나머지 FA들의 협상 테이블에선 냉기마저 감돌고 있다.

이처럼 FA 시장이 소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전광석화처럼 SK-넥센-삼성이 삼각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그동안 철저히 FA 시장 위주로만 돌아가던 스토브리그에도 활력소 같은, 전환점 같은 거래로 기록될 수 있다. 3루수 보강이 절실한 LG 트윈스의 움직임을 향후 주의 깊게 지켜볼 만하다. 원하는 물건이 흔치 않은 데다, 나왔더라도 가격은 만만치 않은 FA 시장에 목을 매느니 트레이드 시장에서 대차대조표를 맞춰보는 편이 훨씬 능률적일 수 있다.

● FA 계약보다 가치 있는 트레이드?

쓸 만한 FA 포수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사실이 이재원의 69억원 계약에서 재확인됐다. 이재원보다 높은 등급의 FA 포수에게는 과연 얼마나 안겨줘야 할지, 양의지와 계약을 추진 중인 팀들은 훨씬 더 어려운 방정식에 직면한 상태다. 트레이드로 이지영을 얻은 넥센의 수완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다.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었던 난제를 넥센은 단숨에 풀었다.

삼성과 SK도 FA 시장에선 충족시킬 수 없었던 수요를 일거에 해소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은퇴 이후 삼성은 거포 갈증에 시달려왔다. 단순한 거포를 넘어 오른손 장타자를 확보한 만큼 이제 김동엽과 라이온즈파크의 궁합이 잘 맞도록 거드는 일만 남았다. 지난해 22홈런, 올해 27홈런을 친 김동엽이 한 시즌 30개 정도의 홈런만 꾸준히 생산할 수 있다면 FA 영입 못지않은 트레이드가 될 듯하다.

SK 역시 2016년 3할대 중반의 타율(0.334)에 30도루 가까운(28개) 활약을 펼친 고종욱의 영입이 만족스럽다. 신임 염경엽 감독이 넥센 사령탑 시절 중용하면서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냈던 만큼 내년 시즌 고종욱의 부활이 기대된다. 한화 이글스 출신 외야수 이용규(33) 외에는 이렇다할 테이블세터가 보이지 않는 이번 FA 시장에 비춰보면 벌써부터 ‘가성비’ 높은 트레이드로 손색없어 보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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