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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놀이학교 전환’ 못막는 당국

입력 | 2018-12-10 03:00:00

일부 유치원 문닫고 놀이학교 전환에
교육부 “꼼수 엄정대응” 밝혔지만 교육청-구청 “막을 방법 없다”
내년 신입생 학부모들 발만 굴러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최근 서울 송파구 A유치원을 세 차례나 찾아갔다. 폐원 계획을 보류해 달라고 ‘읍소’하기 위해서였다. A유치원은 지난달 교육지원청에 폐원 상담을 했고, 재원생 학부모에게 ‘놀이학교’ 전환을 밝혔다. 재원생 학부모들은 이를 막기 위해 교육지원청에 계속 민원을 넣는 중이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설립자의 폐원 의지가 너무 확고하다”며 “강제로 운영하라고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정부의 관리 감독을 피하려 폐원하고 소위 ‘놀이학교’로 불리는 학원으로 전환하는 ‘간판갈이’에 나서고 있다. 또 유치원 정원을 축소하고 내년 신입생을 학원생으로만 받겠다고 나섰다.

학원이 되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수업을 많이 할수록 원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아동 1인당 월 29만 원의 누리과정 지원금(방과후 포함)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사립유치원의 원비보다 2∼3배 비싸져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러한 움직임이 편법이자 꼼수라면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교육청은 막을 방법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9일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교육지원청은 A유치원에 “학부모의 3분의 2 이상 폐원 동의를 받아 와도 재원생 분산 대책을 제대로 세워 오지 않으면 폐원 승인을 안 해주겠다”고 통보했다.

송파구에는 내년에 정원을 축소하고 ‘유치원+학원’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유치원도 4, 5곳 있다. B유치원은 내년 신입 원아모집을 하지 않고 기존 재원생만 유치원으로 가고 만 3세반은 놀이학교로 운영할 계획이다. B유치원 관계자는 놀이학교가 유치원보다 비싸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큰 차이 없게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A유치원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C유치원도 내년 신입 원아를 놀이학교 학원생으로 받는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재원생은 수용하니 신규 원아를 못 받는 폭이 커도 정원 변경 인가를 안 해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송파구가 이러한 형태로 변모하려는 유치원이 가장 많다. 내년 신입 원아 수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직 신입 원아 모집을 하지 않았고, 몇 명이나 할지도 몰라 유치원 온라인 입학지원 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일반모집에서 떨어진 학부모는 발만 동동 구른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송파에는 강성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원장이 많고 학원으로 바뀌어 원비가 비싸져도 아이를 보낼 여력이 되는 학부모가 많다”며 “기존 병설유치원의 학급 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폐원을 신청하는 유치원은 지금까지 누리과정 지원금을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회계 감사를 먼저 진행하는 방안을 교육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