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14개 단체 시위, 경찰 차단… 물리적 충돌 피해
“이석기 석방하여 사법적폐 청산하자.” vs “박근혜는 석방하고 문재인을 구속하라.”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둘로 쪼개졌다. ‘이석기 석방’ ‘김정은 환영’을 외치는 2만여 명의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와 ‘박근혜 탄핵 무효’ ‘문재인 구속’을 외치는 5000여 명의 보수 시위대로 갈렸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석기 석방’ 집회는 8개 단체에서, ‘탄핵 무효’를 외친 보수 성향 집회는 6개 단체가 신고했다.
‘이석기 석방’ 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구명위)다. 이들은 6년 전 내란음모죄로 수감된 이 전 의원의 ‘성탄절 사면’을 요구했다. 구명위 관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 답방이 머지않은 것 같다”며 “평화와 자주를 외친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는 이날 연설에서 “이석기 의원이 석방되면 우리 정치에서 ‘색깔론’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면서 “민주당 정의당도 통진당과 가깝지 않다고 인증해야 살아남는 한국 정치는 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탄핵 무효 집회’와 ‘김정은 방남 저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대한애국당 자유대연합 등 보수 성향 단체에 소속된 시위대는 오후 2시 광화문역 3번 출구에 모여 ‘박근혜 석방’ ‘이석기 사형’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7일 숨진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언급되기도 했다. 단상에 선 송영선 전 의원은 “이재수 전 사령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유족들도 이걸 바라진 않을 것”이라며 “얼마만큼 더 국민을 분열시켜야 만족하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광장 집회 시위에 참가한 2만5000여 명을 관리 및 통제하기 위해 경찰 1100명을 투입했다. 한때 ‘이석기 석방’ 집회 도중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석기 빨갱이”를 외치며 구명위 쪽으로 다가갔으나 경찰력으로 벽을 세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