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선거제도 개편 연계 요구를 외면한 채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6일부터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야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제는 전국 단위의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작성해 정당 득표율과 연동시켜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제도로 현행 선거제보다 국민 의사를 더 정확히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도 도입을 가정해 2016년 총선 결과를 대입한 국회 입법조사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민주당은 13석, 한국당은 17석이 줄어든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주저하고, 한국당 역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은 물론이고 그 전부터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비례대표 명부를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로 작성하는 것 말고는 연동형 비례제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당도 도농복합형 선거제를 검토하고 있는 이상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예산안 처리가 끝났다는 이유로 선거의 유불리만을 고려해 야3당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연동형 비례제 정신을 살린 합리적 선거제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