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중 8개국만 지지해 취소… 일각 “美, 북미회담 고려 소극적”
2014년부터 해마다 ‘세계 인권선언의 날’(12월 10일)을 전후로 열리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가 올해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집 요청에 응한 나라가 많지 않아 개최가 사실상 무산됐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 시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달 유엔 안보리 5번째 연례 북한 인권 토의 개최 요청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북한 인권 토의가 열리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최소 9개국이 찬성해야 하는데, 올해는 8개국이 회의 소집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인권 토의는 2014년 고문, 비인도적 대우, 공개 처형 등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를 지적한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채택된 것을 계기로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 북한 인권 토의가 무산된 것은 안보리 이사국 구성 변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안보리는 현재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 네덜란드, 볼리비아, 스웨덴, 에티오피아, 적도기니, 카자흐스탄, 코트디부아르, 쿠웨이트, 페루, 폴란드로 구성돼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비판적인 일본, 이탈리아, 우루과이 등은 올해 이사국에서 빠졌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등을 고려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을 느슨하게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에 안보리 이사국 구성이 바뀌고 북-미 정상회담 성과 등에 따라 헤더 나워트 신임 유엔 주재 미국대사 주도로 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 소집이 다시 요청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