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그토록 힘이 세고 용맹해도 고양이처럼 멀리 뻗어가지 못했다. 고양이는 북극권에서 하와이군도까지 차지했으며 뉴욕을 점령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전체를 급습하여 접수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지구상에서 가장 값비싸고 경비가 삼엄한 영역까지 차지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요새를 손에 넣은 것이다.” ―애비게일 터커, ‘거실의 사자’
김명철 수의사
나는 이 질문을 수년 전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왔다. 왜 하필 ‘고양이’만을 진료하는 병원을 운영하는 ‘고양이 수의사’인가. 나의 답변은 항상 같았다. “귀엽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빌리자면 동그란 얼굴에 큰 눈, 통통한 볼과 넓은 이마는 인간의 아기와 닮아 우리의 모성애(또는 부성애)를 자극한다. 게다가 고양이는 노묘가 될 때까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동안을 유지한다. 주름이 지거나 머리가 세지 않고 떠나는 순간까지 그 기품을 잃지 않는다.
이 작은 짐승은 인간의 마음을 요새로 삼아 세계를 정복할 기세다. 당신이 고양이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괜찮다.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당신도 어느 순간 고양이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김명철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