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미중관계-4
시리즈 1~3회에서 살펴본 미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현실주의적 논의는 세계정부가 없는 국제정치의 무정부상태와 이에 따른 개별 국가들의 안보딜레마, 국가이익과 권력 등의 개념을 강조하는 ‘국가 및 군사력 중심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상업적 자유주의의 한 흐름에서 나온 복합적 상호의존(Complex-Interdependence) 이론은 우선 국가이외의 국제정치적 행위자 즉, 국제기구나 기업 노조 등 사회단체 등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또 국가간의 관계를 논할 때 현실주의가 강조하는 군사력 외에 경제적 힘과 경제적 관계도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 이론은 특히 국제사회에서 강대국들이 다뤄야 할 이슈가 증가하고 복잡해짐에 따라서 강대국간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배려하면서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의 대중 정책은 바로 이런 철학적 이론적 배경을 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근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의 일방적 영토주권 확대를 저지했습니다. 2기에는 아시아태평양 12개 국가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해 사실상 중국을 자유무역시장의 띠로 포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슬람 국가(IS)의 퇴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저지, 이란 핵문제 해결, 지구온난화 공동대응 등에서 중국과 협력하며 대중관계를 관리해 나갔습니다.
‘중국과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2013년 6월 7일과 8일 캘리포니아 주 휴양지 랜초미라지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언을 하는 형식입니다. 이들은 “좋건 싫건 미중 양국은 MAED의 형태로 묶여 있다”며 양국이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갈등보다는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고문은 과거 미소 양극체제를 이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 ‘커플’과 오바마-시진핑 시대를 대비시켰습니다. 경제 관계없이 핵 대결에 치중했던 미소 관계와는 달리 미중 관계는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로 표현될 만큼 무역과 투자 등의 경제 분야에서 ‘비자발적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대량의 공산품을 미국에 수출해 달러를 벌고 미국은 중국 덕분에 낮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다량의 미 국채를 사들이고 미국은 이 유동성으로 중국 상품을 사들일 여력을 확보하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고 기고문은 강조했습니다.
자 어떠십니까? 미국과 중국간의 미래가 저 그래프 위에 있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역사는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 넘으니까요. 예를 들어 미국의 국력은 더욱 커지고 중국은 지금 정도에서 성장을 멈추거나 더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어디까지나 ‘중국이 경제성장을 계속 한다면’이라는 전제 위의 전망일 뿐입니다.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