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생일 때 당신(윤장현 전 광주시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장님 꼭 재임(재선)하셔야지요. 당 대표에게도 신경쓰라 했습니다. 제가 힘이 돼 드리겠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희대의 사기 사건 주인공 김모(49·여) 씨.
10일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허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김 씨와 윤장현 전 광주시장 간 12번의 통화가 이뤄졌다.
김 씨는 자신을 믿은 윤 전 시장에게 개인사나 정치활동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본격적인 사기 범행을 시작했다.
특히 6·13선거와 관련된 내용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 김 씨는 ‘자 이게 경선이 다가오고 있다.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당시 광주시장 입지자) 이용섭 씨를 주저앉혔다. 큰 산을 넘었다. 이용섭 씨와 통화했으며 알아들은 것 같다. 좀만 기다려봐라’는 문자메시지도 윤 전 시장에게 보냈다.
‘나중에 돌려 드리겠다. 제가 힘이 돼 드리겠다. 조직관리 자금이 필요하다’는 거짓말도 거침없이 이어갔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1월까지 4억5000만 원의 돈이 김 씨에게 건네졌다.
대출과 차용금으로 김 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윤 전 시장은 어느 시점 김 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했는 지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김 씨는 윤 전 시장이 보내준 돈으로 자동차를 구입했다. 딸의 결혼식 비용에도 일부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윤 전 시장에게 자신의 자녀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둔갑시켜 취업 알선을 부탁하기도 했다.
윤 전 시장을 상대로 한 사기범행에 성공(?)한 김 씨는 지역의 또 다른 정치인 등 4명을 상대로 같은 방법의 사기행각을 이어갔다. 하지만 더 이상의 성공은 없었다.
검찰은 지난 7일 김 씨에게 사기와 사기미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미친 짓을 했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광주지검에 출석한 윤 전 시장은 “지혜롭지 못한 판단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은 송금된 금액의 성격, 돈의 출처, 공천 관련성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