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일수록 관심↑…10명중 4명 “나도 데스크테리어족” 전문가 “업무 스트레스 해소 위해 ‘나만의 안식처’ 추구 트렌드”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핑크색으로 꾸며진 ‘데스크테리어’ 사례들.© News1© News1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데스크테리어’ 사례들© News1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데스크테리어’사례 © News1
#1.국내 한 IT기업에 근무하는 최수경씨(28·가명)는 사무실 자리를 온통 핑크빛으로 꾸몄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피겨로 채워 자리에 앉으면 집 만큼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의자에 폭신한 방석을 깔고 책상 왼쪽엔 미니 가습기, 오른쪽 서랍엔 미니 청소기도 비치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하이힐을 벗고 분홍색 지압판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편안한 휴식을 위한 목베개와 무릎담요도 준비해뒀다.
◇‘Desk’와 ‘Interior’ 합성어 ‘데스크테리어’, 나만의 공간 추구 ‘케렌시아’ 일종
직장 여성들이 사무실 자기 자리 꾸미기에 나서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 피겨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아이디어 제품도 등장하면서 ‘데스크테리어(deskterior)라는 신조어가 확산되고 있다. 데스크테리어는 ’데스크(desk)‘와 ’인테리어(interior)‘를 합친 단어로 사무실 내 자리를 꾸미는 활동을 의미한다.
최씨도 자신을 ’데스크테리어족‘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10일 “처음엔 귀여운 캐릭터가 담긴 소품에 끌려 분홍 빛으로 책상을 꾸미다가 어느 새 삶에서의 작은 즐거움이 됐다”며 “정리정돈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수도 있어 종종 콘셉트를 바꿔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정보포털사이트가 올해초 직장인 78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대 여성 직장인 10명 중 7~8명은 책상꾸미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4명은 자신은 ’데스크테리어족‘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데스크테리어족이라 생각하는지‘ 질문엔 여성 직장인은 44%, 남성은 30%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령별론 20대(44.6%), 30대(36.5%), 40대(26.9%) 순이었다. 이처럼 여성이면서 젊을수록 책상을 꾸미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데스크테리어족이 된 이유에 대해 ’오래 머무는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꾸미고 싶어서‘, ’책상을 꾸미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서‘ ’귀엽고 재미있는 사무용품들이 많이 나와서‘ 등으로 답했다.
데스크테리어족이 점점 늘면서 관련 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방석부터 등받침, 화분, 필기구, 무드등, 귀여운 캐릭터 피겨, 인형, 손목보호대, 방향제, 안마봉 등 제품군도 각양각색이다.
최근 들어선 자리에 앉아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용품들로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미니 정수기를 시작으로 컴퓨터에 연결해 쓸 수 있는 USB 진공청소기,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의 골반을 바로 잡아주는 효과를 내세운 방석 등도 등장했다.
◇전문가 “홈인테리어 열풍 사무실로 확산, 작은 행복 추구 트렌드”
데스크테리어의 핵심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데 있다. 심리 전문가는 공간에 대한 의미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자신의 머무는 공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또 책상 꾸미기 트렌드 이면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홈인테리어를 아기자기하게 꾸민 후 SNS에 올리며 만족감을 얻던 유행이 점점 사무실 책상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일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면서도 심리적으로 작은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려는 생활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해마다 연평균 근로시간은 조금씩 줄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근로시간이 긴 나라‘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어차피 오래 머물러야 한다면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업무 효율을 높이거나 심리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젊은 세대 직장인들의 신트렌드로 바라봤다.
인테리어 소품 업계 관계자는 “사무실에서 편한 마음가짐으로 업무 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본인과 친숙한 물건을 놓는 게 아닐까 싶다”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워라밸‘ ’소확행‘ 등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고 있는데 데스크테리어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