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북 이벤트’ 이대로 종료되나
재외공관장 靑초청 만찬… 文대통령 좌우에 우윤근-노영민 대사 노영민 주중 대사(오른쪽)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왼쪽)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노 대사와 우 대사는 최근 정치권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자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뉴시스
○ 김정은, 트럼프와 담판부터 노리는 듯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현 상황에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내부 준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과 경호 문제에 대한 내부 이견 때문에 답방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말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 철도 연결 착수식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연내 답방이 늦춰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답방 몽니’를 두고 미국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선(先)비핵화를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비핵화에 대한 즉각적인 ‘동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남북이든 북-미든 대화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안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내년으로 미뤄진 북-중,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역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남북 대화보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文 “남의 장단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춰야”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내년에도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비핵화 국면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가 곧 인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선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종전선언,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함께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 조치로 제시한 바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