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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방-北美협상 응답없는 北… ‘보상’ 확약받을 때까지 버티기?

입력 | 2018-12-11 03:00:00

올해 ‘남북 이벤트’ 이대로 종료되나




재외공관장 靑초청 만찬… 文대통령 좌우에 우윤근-노영민 대사 노영민 주중 대사(오른쪽)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왼쪽)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노 대사와 우 대사는 최근 정치권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자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내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이면서, 북한 지도자의 첫 방한으로 올해 비핵화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그만큼 미뤄질 듯하다. 청와대는 내년 초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청와대의 거듭된 답방 요구에도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는 게 다름 아닌 2차 북-미 회담으로 직행하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라는 얘기다.

○ 김정은, 트럼프와 담판부터 노리는 듯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현 상황에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내부 준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과 경호 문제에 대한 내부 이견 때문에 답방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도 9일 자신의 블로그에 3가지 이유를 들어 “김 위원장의 다음 주 서울 방문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답방 결정 통보를 위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전 회담을 갖지 않았다는 점과 리용호 외무상 등 주요 외교 참모가 외국에 나가 있다는 점, 북한 대남매체가 김 위원장 답방 환영단체의 활동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연말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 철도 연결 착수식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연내 답방이 늦춰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답방 몽니’를 두고 미국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선(先)비핵화를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비핵화에 대한 즉각적인 ‘동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남북이든 북-미든 대화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안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내년으로 미뤄진 북-중,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역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남북 대화보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文 “남의 장단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춰야”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내년에도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비핵화 국면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48년 남북 협상에서 “이제는 남의 장단에 춤출 것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을 추는 것이 제일”이라는 김규식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이 말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가는 원칙과 방향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중심의 국익외교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과거의 외교를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해 달라”고 했다. ‘우리 장단’에 맞춰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낼 창의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가 곧 인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선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종전선언,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함께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 조치로 제시한 바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