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
1951년 거제 수용소가 배경… ‘댄스 연합군’ 맛깔나게 그려

가장 아픈 시대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만나 ‘춤’으로 행복하고자 몸부림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윙키즈’. NEW 제공
강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스윙키즈’는 3분의 1 이상이 퍼포먼스로 구성된 국내에선 흔치 않은 작품이다. 대사 대신 춤으로 이야기하고 억지 눈물 대신 음악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독창적 전개가 돋보인다. 한국영화의 흥행 공식이라는 신파와 울분, 선악 구도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스윙키즈’는 6·25전쟁 당시 15만 명 가까이 수용했던 거제 포로수용소가 배경이다. 실제로 반공·친공 포로가 대립하고 이념 갈등이 심했던 이곳을 무대로 했지만, 영화는 정치를 뒤로하고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는 상상을 펼친다. 강 감독은 “서로 싸우고 죽여야 하는 시대였지만, 이념이나 국가를 떠나 적으로 만났어도 인간 대 인간은 따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의 리듬과 댄서의 몸짓으로 전개하는 연출은 모든 퍼포먼스의 콘티 제작과 촬영 전 애니메이션을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가능했다. 그라임스는 실제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손꼽히는 댄서. 주연을 맡은 도경수도 5개월간 탭댄스를 배웠다. 도경수는 “늘 음악을 크게 틀어 현장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고 전했다.
로기수와 양판래가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에 맞춰 춤추는 장면은 세기말적인 시대배경 속에서의 사랑을 그린 레오 카락스 감독의 영화 ‘나쁜 피’(1986년)를 오마주한 대목. 로기수가 춤의 본능을 깨우는 과정을 요리 등 일상의 리듬으로 표현한 연출은 영화 ‘어둠 속의 댄서’(2000년)가 떠오른다.
남북의 이념 대치 가운데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눈에 띈다. 원작인 창작뮤지컬 ‘로기수’에서 로기수-로기준 형제의 관계를 영화는 로기수와 잭슨의 관계로 확장했다. 이들의 화합을 통해 이념을 이용하려는 극소수의 정치인들과 그들이 일으킨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역설적으로 일깨운다. 그러나 영화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말을 아낀다. 댄스단이 무대를 선보일 때 잭슨이 이렇게 외칠 뿐이다.
“춤의 제목은 ‘빌어먹을 이데올로기(f**k ideology)’입니다.”
●영화 스윙키즈 플레이리스트 ♬
루이스 조던 ― Caldonia
엘린 바턴 ― If I Knew You Were Comin′, I′d′ve Baked a Cake
아이슬리 브러더스 ― Shout
리타 김 ― 하바나길라
정수라 ― 환희
바흐 ― 평균율 1권 1번 다장조
데이비드 보위 ― Modern Love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 ― The Christmas Song
베니 굿먼 ― Sing Sing Sing
비틀스 ― Free as a Bird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