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안성기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
환자 진료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법의 토대는 1997년 영국 브리스틀대의 스티븐 루이스 박사와 케네스 히튼 박사가 고안해 임상연구와 진료에 사용한 ‘브리스틀 대변 형태 척도’다.
우리는 대변 대부분이 부패한 음식물의 찌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변의 70∼80%를 차지하는 수분을 제거하면 3분의 1은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이다. 다른 3분의 1은 지방과 염류,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세균들의 사체다. 즉 대변의 건조 중량의 3분의 1 정도는 세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대변에 포함된 그 많은 세균들은 어디서 왔을까? 당연히 이들의 기원은 우리의 장에 살면서 그곳에서 끊임없이 분열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우유라는 배지에 유산균이라는 종균을 넣으면 그 균이 우유 속에 있는 유당을 포함한 당 성분을 섭취해 유산이라는 발효 산물을 만든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최종 산물인 걸쭉한 농후발효유인 요구르트는 유산으로 인해 시큼한 맛이 나며 mL당 1억 마리 이상 살아있는 유산균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대변은 먹는 음식에 따라, 장내에 머무르는 시간에 따라, 이곳에 있는 장내 세균의 종류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그래서 대변을 관찰하는 것은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그 사람의 장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징표다. 오늘도 변기에 담긴, 바나나 모양을 한 아이의 건강한 변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흔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건강하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아이의 변을, 그리고 자신의 변을 매일 관찰해 보는 건 어떨까?
안성기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