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위기 맞은 佛-英 정상 마크롱, 유류세 이어 최저임금 양보… 세수 줄며 균형재정에 타격 EU “3%룰 지키는지 모니터링”… 메이,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 연기 “관세동맹 등 EU와 재협상”, EU “혼란 맞더라도 재협상 없다”
현실의 벽앞에 무릎 꿇은 두 정상 10일 영국 런던 의사당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11일 예정된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표결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상당한 차이로 부결될 수 있어 이를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와 관련해 “많은 사람의 분노와 분개를 이해하고 있으며 취임 후 재빨리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또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현재 세후 월 1185유로(약 151만 원)인 최저임금을 내년 1월부터 월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하고, 월 2000유로(약 256만 원) 미만의 저소득 은퇴자를 대상으로 1.7% 올리기로 한 사회보장기여금(CSG)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실의 벽앞에 무릎 꿇은 두 정상 10일 프랑스 남서부 앙다예의 한 식당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TV 대국민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앙다예=AP 뉴시스
마크롱 대통령이 10일 발표한 조치를 이행하려면 80억∼100억 유로(약 10조∼13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엘리제궁은 “적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EU 집행위 부위원장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는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예산 조치에 대해 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의 메이 총리는 EU와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안 승인 의회 투표를 하루 앞둔 10일 의회에 출석해 “예정대로 투표를 실시한다면 상당한 차이로 부결될 수 있어 이를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합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현실의 벽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외신들은 ‘굴욕적(humiliating)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 투표 연기를 공식화하면서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EU와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에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합의안에 담았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법률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장치가 가동될 경우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영국이 영구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EU는 “이미 합의는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합의 없이 브렉시트를 맞는 한이 있어도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메이 총리는 11일부터 네덜란드와 독일, 벨기에 브뤼셀을 잇달아 방문해 재협상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