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먹구름]최룡해 등 실세 3명 인권제재 추가
미국이 올해 북-미 대화 국면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등 ‘북한 핵심 실세’ 3인방을 나란히 대북 인권제재 대상에 올리는 초강수를 두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비핵화에 나서면 대북제재도 완화할 수 있다’고까지 달랬지만, 평양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라는 강력한 채찍을 꺼낸 것. 이날 조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연내 답방 가능성은 더욱 어두워졌다.
○ 美, 아껴둔 ‘인권제재’ 충격 요법 꺼내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10월 3차 인권제재 대상을 공개한 이후 추가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 올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관련 보고서도, 추가 제재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만큼 참아 왔다는 것. 그런데 북한이 고위급 회담에도 응하지 않는 등 비핵화 프로세스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자, 이날 유엔이 정한 세계의 인권의 날을 맞아 아껴둔 ‘충격 요법’을 쓴 것이다.
미국은 이번에 제재 대상 기관은 추가하지 않고 2인자 최룡해 등 개인 3명만 제재에 포함시키는 ‘핀셋 제재’를 했다. 최룡해 등 3인이 조직지도부 등 이미 제재 대상이었던 기관들의 수장이란 사실을 미국 차원에서 재확인하며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 한 정부 관계자는 “북-미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이 다양한 대북 압박 옵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최룡해 등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처음 오른 것은 ‘제재 대상 기관의 책임자가 된 것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 확인했다. 앞으로 더 추가할 수 있다’며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더 어려워질 듯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제재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행정명령으로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근거를 마련한 뒤 10월 4일 김 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466건의 개인 및 기관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국이 추가 인권제재에 나서며 제재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 정부는 다시 처지가 난감해졌다. 당장 연말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려면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서 제재 면제 승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미국이 인권이나 제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북한에 강하게 내비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나 북-미 고위급 회담으로 가는 문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