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딸이 셋이면 왕도 망하게 한다’는 속담이 있다. 평범한 사람도 딸의 결혼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의 60%를 쓸 정도로 지참금을 내고 호화롭게 결혼식을 연다는 뜻이다. 최소 3일간 치르는 결혼식은 첫날은 신랑이 신부를 찾아가는 퍼레이드, 둘째 날은 가족 간 행사, 셋째 날은 지인을 초청해 잔치를 연다. 결혼식을 신분 혹은 부(富)의 과시로 삼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다.
▷아시아 최고의 부자인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딸의 결혼식에 인도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릴라이언스 그룹의 주력 사업은 석유와 가스, 철강, 유통, 정보기술(IT) 등 인도의 기간산업들이다. 올해 그룹 전체 매출은 약 600억 달러(약 68조 원), 암바니 회장의 개인 재산도 약 426억 달러(약 48조 원)에 이른다. 이번에 결혼하는 딸은 2남 1녀 중 외동딸 이샤. 결혼식은 8일 인도 우다이푸르에서 기념파티를 여는 것으로 시작해 12일 뭄바이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만 1억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식전 기념파티에 전 세계의 쟁쟁한 정관계 인사들이 초대받았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과 팝스타인 비욘세를 비롯해 에릭손, 노키아 등 글로벌 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초청됐다. 이미 인근 5성급 호텔은 모조리 예약이 끝났고 초청인사를 수송하기 위해 100여 차례 전세기가 떴다. 뭄바이에서는 손님 짐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상황실까지 마련됐다고 한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이 결혼식을 두고 “수백만 명이 극심한 가난 속에 살고 있는 인도에서 벌어지는 성대한 결혼식”이라며 비판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속의 초호화 결혼식을 초라하게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그런데 막상 인도인들은 별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전생 업(業)의 결과물인 현세에서 자신이 처한 조건 내에서 가장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문화다. 같은 아시아라도 한국 중국 일본처럼 유교문화권의 나라와 인도는 빈부격차에 대한 인식과 결혼식 문화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