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국 재지정 2주 지나서 발표 “성경 갖고 있으면 감옥 가는 나라”… 이틀 연속 ‘北의 아킬레스건’ 공격 靑 “김정은 1월 답방은 열려있다”… 北美회담 안 기다리고 추진 시사
청와대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내년 1월 답방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이 인권 종교 등 전방위적으로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북-미 대화 냉각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김 위원장 조기 답방 카드를 돌파구로 남겨두겠다는 취지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올해 답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는 계속해 왔고 내년 1월 답방이야 계속 열려 있다”며 “상황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구상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조기 답방 제안이 유효하다고 거듭 밝힌 것은 북-미관계의 긴장감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혔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거쳐 회담 한 달 전 날짜를 확정해 발표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구상대로 1, 2월 중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 시간도 점차 빠듯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북한 중국 이란 등 10개국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난달 28일 지정했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북한 권력의 사실상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인권 유린에 따른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을 17년 연속 최악의 종교탄압국으로 지정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과 종교 문제를 총동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 이후 별도의 콘퍼런스콜(전화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종교 탄압 실태를 집중 비판했다. 샘 브라운백 국무부 종교자유담당 대사는 브리핑에서 “한 탈북자 여성의 증언에 따르면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고 거리낌 없이 강제 낙태가 자행되는 나라가 북한”이라며 “옛 소련 내 종교 탄압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개선됐듯 북한의 실상도 적극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그 가능성에 다분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냐’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