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中 포괄협정 ‘시안’ 제시… “완전 비핵화前 주한미군 감축협의” “남북 GP검증, 65년 분단사 새 획”… 문재인 대통령, 靑지하벙커서 생중계 봐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절반 정도 진척된 시점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평화협정 체결 시점을 제시한 것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은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연 학술회의에서 총 9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협정 시안을 발표했다. 이 시안은 2020년 초까지 북한의 비핵화가 약 50% 진척될 것을 가정해 작성됐다. 앞선 평화협정 시안들과 달리 비핵화 프로세스 중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협정 자체가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가 서명하는 포괄협정 방식을 채택한다. 미중 간 분쟁이 한반도 평화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군비 통제 관련 조항에선 “한국과 미국은 (북)조선의 비핵화 완료 이후 한반도의 구조적 군비 통제에 착수한다”는 원칙적인 내용과 더불어 “비핵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내에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협의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 협의가 이뤄질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상호검증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에서 세 번째)도 보인다. 청와대 제공
이런 가운데 이날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각 11곳)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남북이 DMZ 내 GP를 상호 방문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직접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20분간 검증 작업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GP 철수와 상호 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오늘의 오솔길이 평화의 길이 되고, 비무장지대가 평화의 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남북, 13일 ‘철도 착공식’ 실무회의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