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상식적으로 A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한 금융계 인사에게 이 얘기를 전해 듣고 ‘설마’ 했다. A사가 국민 노후자금 621조 원(지난해 기준)을 운영하는 국민연금공단이어서다. 하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3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주식과 채권에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매출액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식가치가 뚝 떨어졌다. 조작된 회계장부를 믿고 투자한 국민연금은 10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그런데도 공단은 여전히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투자자문을 받고 있다. 자문 건당 수임료가 수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 관계자는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투자자문단 안에 안진회계법인이 포함돼 있어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믿기지 않았지만, 이 관계자는 별것 아닌 걸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반응이었다.
투자자문단 안에는 다른 회계법인도 있다. 해당 회계법인의 실력이 뛰어나 계속 투자자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8월 발표된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이에 보험료 인상, 수급연령 상향조정 등 여러 개선방안이 논의 중이다.
재정 고갈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 투자수익률을 1%만 높여도 보험료율을 2%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수익률을 1% 올리면 고갈 시기를 8년가량 늦출 수 있다는 게 감사원 분석이다.
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회계법인에 굳이 투자자문을 받아야 하는 연금공단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수익률이 높다면, 우수 인력이 몰려든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냐”는 내 노후자금 관리자의 태도에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