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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공동창업자 폴 앨런, 죽어서도 ‘과학 사랑’

입력 | 2018-12-14 03:00:00

면역학 연구소에 1400억원 기부… 생전에도 뇌과학-AI 연구소 세워




12일 새로 문을 연 미국 앨런면역학연구소의 내부 모습.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은 2003년부터 뇌과학연구소와 인공지능연구소, 세포학연구소를 열며 과학에 기여해 왔다. 앨런연구소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고(故) 폴 앨런(사진)의 이름을 딴 새로운 과학 연구소가 세워졌다. 토머스 부몰 ‘앨런면역학연구소’ 이사장(전 미국 릴리연구소 부원장)은 12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폴 앨런이 새로운 면역학연구소를 세우도록 1억2500만 달러(약 1400억 원)를 기부했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소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부몰 이사장은 “암 면역치료제 연구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뛰어난 약은 나오지 않았다”며 “인류가 아직 면역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인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연구소 설립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시애틀에 세워지는 이 연구소에서는 약 70명의 연구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폴 앨런은 미국 컴퓨터과학자이자 박애주의자로, 1975년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창업해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 받는다. 올해 3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약 400억 달러의 재산을 지녀 세계 44번째 부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앨런은 과학계에서 재산보다 과학 연구소로 더 유명하다. 그는 2000년대 초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뇌과학, 인공지능, 세포학연구소를 각각 세웠고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사설 연구소로 평가 받고 있다. 2003년 처음 세운 앨런 뇌과학연구소는 출범 3년 만인 2006년 쥐의 뇌에서 발현하는 2만1000개 이상의 유전자의 활성을 3차원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뇌지도 프로젝트인 ‘앨런 뇌지도’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뇌과학 분야의 혁신을 선도했다. 이 뇌지도 프로젝트는 2010년 인간의 뇌까지 이어졌다. 10년간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뇌의 연결망을 모두 지도화하는 초대형 뇌지도 국가프로젝트인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와 유럽의 ‘휴먼브레인 프로젝트’에 영향을 줬다.

2013년 세워진 인공지능연구소는 딥러닝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 또 2014년 세워진 앨런 세포학 연구소는 유전정보와 세포 사이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세워졌다. 기초연구지만 실용적인 목적도 지녀 유전정보의 이상이 어떻게 질병으로 연결되는지 역시 연구하고 있다. 특히 모든 앨런연구소들은 뇌지도와 세포학 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를 모두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해 다른 연구자가 쓸 수 있게 앞장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새로 출범하는 면역학연구소는 면역계의 기능을 밝히는 데에서부터 암과 자가면역질환까지 기초와 응용 연구를 두루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첫 연구 주제도 공개했다. 부몰 이사장은 “한 연구그룹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4세 어린이를 추적 조사하고, 두 그룹은 20, 30대 젊은이와 55∼65세의 장노년을 추적 조사해 이들의 면역계 활동을 세포 단위로 세밀하게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응용 치료를 연구하는 연구그룹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류머티스 관절염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염증성 장질환)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면역계 질환을 연구할 예정이다.

부몰 이사장은 “앨런의 기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질병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