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13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다른 2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른 이른바 ‘선릉역 칼부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처음 사건의 단순 사실관계만 알려졌을 땐 게임 갈등 때문으로 추정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경찰조사결과 가해 여성이 온라인에서 남자 행세를 하며 3년간 사실상 '교제'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긴급 체포된 A 씨(23·여)는 이날 새벽 2시경 선릉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 알게 된 여성 B 씨(21·여)를 칼로 수차례 찌른 혐의(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최초 보도가 나온 뒤 게임과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에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3년 전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뒤 온라인에서 가깝게 지낸 A 씨와 B 씨가 실제로 만난 게 이날이 처음이었기 때문.
A 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온라인에서 남성 행세를 했던 내가 여성인 사실이 드러나자, 피해자가 관계를 끊으려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범죄 심리 전문가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4일 YTN과 인터뷰에서 “이 건 가상 상황이 빚어낸 하나의 비극이라고 저는 본다”면서 “왜냐하면 두 여성이 3년 동안 게임을 중심으로 해서 서로 교제를 해 왔는데, 흉기로 찌른 그 가해자(A 씨)가 남성인 행세를 했다. 그래서 피해자(B 씨)는 그 사람이 남성인 줄 알고 서로 인간 간에 있어서 남녀의 어떤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어 “(A 씨가) 애정 결핍이라든가, 애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예상된다)”며 “이분은 (온라인에서) 3년 동안 그 여성(B 씨)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현실에서는 버림받는 상황이 온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헤어지자고 하는 결별이 되게 된다면 그 상황을 자기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하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