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유중하 지음/316쪽·2만 원·섬앤섬
중국식 짜장면(왼쪽 사진)은 춘장과 각종 채소를 볶은 양념으로 비벼 먹는 데 비해 한국식 짜장면은녹말 전분을 얹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맛을 낸다. 섬앤섬 제공
우선 이름부터 살펴보자. 원래 짜장면은 중국 베이징과 산둥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한자로 표기하면 작장면(炸醬麵·짜장미엔)이다. ‘작’은 센 불에 폭약이 터지듯 볶아내는 중화요리의 화후 기법 중 하나를 뜻하고, ‘장’은 달콤한 첨장(甛醬)을 가리킨다. 면 위에 볶은장을 얹고 제철 채소와 함께 비벼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면(麵)’인데 칼로 썰어서 만드는 절면이나 메밀면처럼 눌러 뽑아내는 압출면이 아니라 손으로 반죽을 치대고 쳐서 길게 잡아 늘여 만드는 랍면(拉麵)을 사용한다. 수타 짜장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그 모습이다. 랍면의 중국어 발음은 ‘라미엔’이지만 일본어로는 ‘라멘(ラ一メン)’이다. 그러니 짜장면도 크게 보면 라면의 한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음식의 힘’을 강조한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중한 롄잔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과의 만찬장에서 내놓은 음식은 산시(陝西)성의 전통 음식 ‘뱡뱡면’이었다. 두 사람의 부친이 모두 산시성 출신임을 고려해 이 같은 음식이 등장했다. 이후 중국과 대만에서는 뱡뱡면이 인기를 끌며 양안(兩岸) 관계에 훈풍을 불게 했다. 올해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이 화제의 중심에 놓인 것 역시 음식의 힘을 잘 보여 준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너무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책 구성이 다소 산만해 보이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짜장면을 중심으로 퍼져 가는 동아시아 역사의 숨은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