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안]정부 4개안 무엇이 달라졌나
○ 미래세대 몫으로 남은 기성세대 노후보장
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에서 현행대로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를 유지하는 안을 첫 번째로 내세웠다. 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지만 일단 그냥 지켜보자는 얘기다. 그러면서 9, 10월 국민연금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당시 47%는 ‘현행 유지’를 선호했다. ‘더 내고 더 받자’는 27.7%, ‘덜 내고 덜 받자’는 19.8%였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세금에서 나가는 만큼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주는 방안이다. 이 안대로 기초연금을 2022년 40만 원으로 인상하면 2022∼2026년 연평균 24조66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 연금 전문가는 “2020년 4월 총선,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기초연금 인상을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득대체율 45%’안은 2021년부터 5년마다 보험료를 1%포인트씩 올려 2031년 보험료율이 12%가 되도록 설계했다. ‘소득대체율 50%’안은 보험료율을 같은 방식으로 올리되 2036년 13%까지 올리도록 했다. 월 250만 원을 번다면 보험료가 현행 월 22만5000원에서 2031년 30만 원으로, 2036년 32만5000원으로 오른다. 그 대신 기초연금과 합산한 노후 소득이 각각 월 91만9000원, 97만1000원으로 100만 원에 가까워진다.
문제는 연금 고갈 시점이다. 4개 정부안의 고갈 시점은 2057∼2063년으로 예측된다. 8월 발표된 4차 재정추계 때 고갈 시점(2057년)과 같거나 최대 6년 늦춰진다. 고갈 시점이 가장 늦은 ‘소득대체율 45%’안을 추진할 경우 현재 654조 원인 기금이 2039년 2462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63년 바닥난다. 이렇게 되면 연금을 쌓아뒀다가 지급하는 현행 ‘적립식’이 아닌 그해 거둔 보험료로 그해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할 정부안에 부과식 전환을 포함한 장기 비전을 담을 예정이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막중해진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45%’안의 경우 부과식 전환 시 2076년 보험료율이 33.5%에 이른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58세에 월급 300만 원을 받으면 연금 보험료로만 100만5000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안에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최장 1년간 보험료 절반을 지원해 주는 방안이다. 올해 6월 기준 지역가입 대상자 745만 명 중 459만 명(61.6%)이 보험료 납입을 중단한 상태다. 회사와 절반씩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한 명만 낳은 여성도 6개월 치 보험료를 보너스로 받는다.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혜택을 현재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부터 주겠다는 것이다.
부부가 이혼해 국민연금을 나눌 땐 혼인 기간이 1년만 돼도 분할연금 대상이 된다. 분할연금은 부부 중 한쪽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이혼한 경우 이혼한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해 연금액 일부를 상대방에게 주는 제도다. 현재는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5년 이상 결혼을 유지했어야 한다.
정부안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은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추진이다.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나중에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과 ‘정부가 왜 공무원연금 적자만 보전해주느냐’는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