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우리의 기분도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저기압으로 습도가 높아지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사람들은 쉽게 피곤해지고 짜증을 내며 범죄 발생도 증가한다.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된 3만9620건의 가정폭력 신고 사건을 조사한 연구 결과는 습도가 높아질수록 가정폭력도 늘어남을 보여준다. 겨울이 되어 밤이 길어지고 햇빛을 받는 시간이 줄어들면 체내 비타민D 생성이 지장을 받고 긍정적인 기분을 높여주는 세로토닌 분비도 줄어든다. 결국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윈터 블루스’ 현상이 나타난다. 17세기 영국 성공회 주교 로버트 버턴이 쓴 ‘멜랑콜리의 해부’는 절망과 좌절, 그리고 자살로 이어지는 인간의 감정 변화에 날씨가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이미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닉 해슬람 호주 멜버른대 심리학 교수는 “날씨의 영향은 생물학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이며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닭싸움을 좋아하는 왕이 최고의 싸움닭을 만드는 조련사에게 언제쯤 싸움에 내보내도 될지 여러 번 되물었다. 왕은 조련사로부터 “이제야 닭이 교만하고 들떠 있는 단계(虛교而恃氣)를 지나 작은 소리와 그림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단계(應嚮景)도 지나 미움이 가득한 단계(疾視而盛氣)를 거친 후 마침내 다른 닭이 울든 말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마치 나무로 깎아 만든 닭처럼 되었다”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교만, 초조, 분노, 미움을 떨쳐버리고 평정을 찾은 후에야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최고의 투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즐거운 소식보다는 불안, 좌절, 혐오, 분노, 우울을 일으키는 얘기들이 더욱 많이 들려온다. 여기에 더하여 겨울 날씨와 미세먼지는 우리의 기분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힘들게 하는 언짢은 감정들을 무심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목계지덕을 스스로에게 베풀어 봄 직하지 않을까.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