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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63%, 경기도 33% 해제
경기 김포시 양촌읍 누산리 주민들은 이번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반기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 풀리는지 후속 조치를 기다려봐야 한다”며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박해윤 기자]
경기의 군사보호구역 해제 면적은 총 1억1264만㎡인데, 이 가운데 김포시가 2436만㎡로 가장 넓다. 이어 연천군(2107만㎡), 고양시(1752만㎡), 동두천시(1406만㎡), 파주시(1158만㎡), 양주시(1086만㎡) 순이다. 이번 해제 조치로 김포 시내 군사보호구역의 비중은 기존 80%에서 71%로 줄어들어 주민의 기대감이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현장 분위기를 확인하고자 12월 10일 경기 일대 김포시 양촌읍 누산리, 파주시 조리읍 대원리·광탄면 분수리,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등 군사보호구역 해제 지역 네 곳을 찾아가봤다.
김포시 양촌읍 누산리는 김포한강신도시와 인접한 곳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차로 40~50분이면 도착했다. 올림픽대로에서 멀지 않은 드넓은 평지에 아웃렛 의류매장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인근 도로가에는 1~2층의 야트막한 건물이 불규칙적으로 줄지어 있었다. 교차로에 걸린,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축하하는 더불어민주당 김포지역위원장의 현수막도 눈에 들어왔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니 고가차도 너머로 고층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보였다. 입주를 앞둔 김포한강신도시 장기본동 아파트 단지가 한창 막바지 공사 중이었다. 신도시에 편입된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을 보니 수십 년 세월의 간극이 느껴졌다.
경기에서 군사보호구역 해제 지역이 가장 많은 곳이 김포시라 그에 따른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N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김포시에서도 쓸모없는 지역 위주로 해제한 것이라 의미가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대곶면 거물대리·석정리·쇄암리, 통진읍 도사리·수참리 등은 김포반도의 중간 지역으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게다가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 개발 가능성이 낮다. 일부 지역은 이미 국방부의 허가를 받고 공장 등을 지어 활용 중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제하나 마나 한 쓸모없는 땅, 허가받고 사용하는 땅 등을 이번에 형식적으로 풀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3년 동안 투쟁, 주민 자치권 줘야 진짜 해제”
누산리 사거리에 이번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축하하는 더불어민주당 김포지역위원장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박해윤 기자]
누산2리 이장이자 김포시재향군인회 부회장인 이영길 씨는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65년 동안 군은 개인 사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 땅에 집을 지으려면 군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어떤 주민의 경우 자기 땅에 벙커, 군진지가 만들어져 있다. 군은 임차료도 내지 않고 사용하는데, 재산세는 우리가 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군사보호구역 해제는 따지고 보면 누산리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이 꾸준히 항의한 결과 지난해 국방부에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했다고. 그러나 명분이 없다며 국가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만 반복했다고 한다. 이씨는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동시에 민간 개발업자들이 달려들면 국방부가 욕먹을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국토부) 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했다. 추측건대 국토부에서 3기 신도시 공급 발표를 앞두고 김포한강신도시 인근 개발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을 추가로 지정하고자 해제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포한강신도시는 개발 당시 여러 제한에 막혀 운유산을 기점으로 좌우가 나뉘었다. 김포한강신도시 양쪽을 오가려면 가운데 양촌읍 석모리, 누산리를 지나야 한다. 주민들은 정부 측에 도로 개발과 도심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는 “일단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되면 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 은평뉴타운처럼 재개발을 통해 5000가구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군사보호구역 해제는 그저 발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 자치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제 우리도 65년 만에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호받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파주시 운정신도시 인근도 김포한강신도시 인근과 비슷한 분위기일까. 운정신도시 동쪽에 자리한 조리읍 대원리를 찾았다. 이곳은 북쪽으로 공릉천이 흐르고 그 뒤로 파주 삼릉이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공릉천 아래 평지에는 논밭이 조성돼 있고, 오래된 가옥이 드문드문 자리해 시골 마을을 연상케 했다. 그 앞으로 2000년에 지어진 1700가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인근 상가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조리읍 대원리가 군사보호구역 해제 지역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대원리 안에 군사시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군의 허가만 받으면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라 그동안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 않았겠나. 군부대 바로 옆에 시설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한 높이의 고층빌딩만 지을 수 없을 뿐이지, 개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개발지역으로서 매력은 크지 않다. 따라서 군사보호구역 해제에 따른 수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제 전부터 사용 중인 곳 많아
김포한강신도시는 운유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뉜다. 북쪽에 양촌읍 누산리가 위치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에 따른 개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네이버지도 캡처]
해제 지역 가운데 하나인 광탄면 분수리로 향했다. 이곳은 박달산 중턱으로 차량 없이는 드나들기 힘들어 보였다. 길을 따라 납골당이 군데군데 자리해 있었고, 깊이 들어갈수록 소규모 금속공장과 가건물 등이 나왔다. 거주지라기보다 공업공단에 가까웠는데, 이미 쓸 만한 땅들은 군의 허가를 받아 사용 중인 것으로 보였다.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 해도 개발업자들이 앞다퉈 들이닥칠 만한 곳은 아니었다.
고양시도 일부 지역이 풀린 것으로 알려져 찾아가봤다. 그런데 덕양구 고양동은 지금까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로 잘 정비된 주거밀집지역이었다.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선 데다 상가에는 각종 상업시설과 음식점, 학원 등이 밀집해 있어 생활의 편의성까지 느껴지는 도심 주거지였다.
이곳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군사보호구역 해제 소식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양현대아파트 인근 K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데 무슨 군사보호구역이냐. 이미 이곳은 소유권 행사에 문제가 없는 지역이다. 인근에 군사시설이 있다는 얘기도 오늘 처음 듣는다”며 해당 사항이 없음을 강조했다.
혹시 주거지역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군사보호구역 해제 지역이 있을까 싶어 산을 넘어 중부대 고양캠퍼스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캠퍼스에 도착할 때까지 군사보호구역과 관련된 어떠한 시설물이나 표지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미 수년간 민간인에게 개방된 곳을 이번 군사보호구역 해제 발표에 따라 형식상 포함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국방부는 어떤 기준으로 군사보호구역 해제 지역을 선정했을까.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실 시설제도기술과 관계자는 “민간통제구역 이남은 기존에도 통행이 가능했고, 행정기관을 통해 건축처분을 받으면 시설물 건축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취락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군사보호구역 해제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정 지역만 해제할 수 없어 이번에 요구가 컸던 곳 중심으로 검토했으며, 핵심 시설이 포함된 곳을 제외하고 해제 조치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군사보호구역 해제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으나 개발 수순을 밟을 경우 지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군사보호구역, 그린벨트 등으로 묶였던 땅이 풀릴 경우 파급효과가 몹시 컸다. 이번에는 역대 2번째로 최대 규모가 풀린 만큼 영향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지가 좋아 개발 용도가 가늠이 되고, 도로나 교통 사정이 비교적 괜찮은 곳들 위주로 해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기 신도시 발표 앞서 해제, 관련성 있을 것”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지만 이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상권이 형성돼 해제에 따른 파급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박해윤 기자]
이 경우 지가 상승을 일으켜 주택 가격을 불안정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침체를 겪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주택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로 매력이 떨어진 것일 뿐, 시중 유동자금은 또 다른 부동산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본다. 고 원장은 “정부가 아파트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하지만 시중 유동자금은 풍부하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을 앞둔 만큼 수요가 토지시장으로 몰릴 수도 있다. 토지는 소비재로 치면 원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국 주택 가격 상승을 일으킬 수 있어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포·파주·고양=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6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