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군위군의 한 주택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90대 할머니를 구해 한국 정부로부터 의상자로 인정받은 스리랑카 출신의 카타빌라 니말 씨. 대구=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해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90대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에게 정부가 영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는 지난 13일 참석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스리랑카인 카타빌라 니말 씨(39)에게 영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권을 받은 사례는 니말 씨가 처음이다.
앞서 니말 씨는 2011년 9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다. 하지만 3년 뒤 비자 만료로 미등록 체류자가 됐다.
당시 니말 씨는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불 속으로 뛰어들어 얼굴과 목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또한 그때 들이마신 연기로 기도와 폐가 손상돼 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니말 씨는 동아일보를 통해 “그날 이후로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건강이다. 화재 전까지는 정말 건강했는데, 지금은 에너지가 많이 없다”며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찬다”며 “기침도 자꾸 나온다. 날씨가 추워지면 상태가 더 나빠질 텐데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불길 속 할머니를 구한 그날 이후 저를 알아보시는 한국인들이 ‘고맙다’ ‘좋은일 했다’고 칭찬해주신다”며 “동남아 노동자를 보는 안 좋은 시선이 조금이나마 바뀐 것 같다. 피부색이 달라도 똑같은 이웃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공로로 니말 씨를 9급 의상자로 인정했다. 또한 LG복지재단은 ‘LG의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법체류 경력이 있지만 범죄연루 사실이 없고 귀감이 되는 행동을 해 정부에서 공식 의상자로 지정된 점 등을 협의회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주권 부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