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주니어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쇼트트랙 차세대 스타 엄천호는 9년이 지난 지금,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의 황제가 됐다. 1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사진제공|스포츠토토
엄천호(26·스포츠토토)는 한때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다. 2009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캐나다)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2013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입상하며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무려 8차례나 발목 수술을 받았다. 폭발적인 순간스피드가 필요한 쇼트트랙에서 발목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빙판을 떠날 수는 없었다.
2년 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기존에도 쇼트트랙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사례가 있지만, 성공을 담보하진 않았다. 그래서 엄천호는 누구보다 독하게 매달렸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 성공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특히 짧은 트랙을 활용하는 매스스타트는 엄천호에게 딱 맞는 종목이었다.
엄천호와 정재원에 이어 3위로 골인한 스윙스는 ISU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질주에 경의를 표했다. “한국 선수들은 쇼트트랙 경험이 풍부하다. 짧은 트랙에서 어떻게 속도를 내며 스케이트를 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인코스로 추월하는 기술도 정말 뛰어나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스타를 꿈꾸던 소년이 매스스타트의 황제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트랜스포머’ 엄천호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