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기업인]캠시스 박영태 대표
캠시스가 개발한 2인승 초소형 전기차 ‘CEVO(쎄보)-C’. 내년 3월 서울모터쇼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1회 충전으로 최대 100km를 갈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80km다. 가정용 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캠시스 제공
지난달 말 인천 연수구 캠시스 본사에서 만난 박영태 대표(사진)는 전기차 시장 전망을 소개하며 “2020년 매출 1조 원 달성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내년은 4, 5년 전부터 실행해온 투자가 빛을 보기 시작하는 때”라며 “초소형 전기차는 물론 초음파 지문 인식센서 등 제품군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중견기업으로선 상당히 많은 수준인 매출의 5∼10%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자해 온 성과가 곧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1993년 설립된 캠시스는 휴대전화용 카메라 모듈 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포화돼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카메라만은 예외다. 스마트폰 하나에 장착되는 카메라 수가 많아지고 있는 데다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고사양 카메라가 적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출 4244억 원으로 19.1%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37억 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신사업은 초소형 전기차다. 캠시스는 10월 개막한 영광 e-모빌리티 엑스포에서 2015년부터 개발해온 2인승 초소형 전기차 ‘CEVO(쎄보)-C’를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이 차는 길이(전장) 2.43m로 대표적인 국내 경차 ‘모닝(약 3.6m)’보다도 1m 이상 작으며, 1회 충전으로 최대 100km를 달릴 수 있다.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회사가 완성차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초소형 전기차임을 감안해도 파격적인 도전이다.
박 대표는 “초소형 전기차는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만 확보한다면 중소·중견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초소형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대기업이 이 정도 가격을 맞추기는 힘들고, 가격에 맞춰 사양을 낮춰야 하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대기업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초소형 전기차를 만들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CEVO는 내년 3월 예정된 서울모터쇼에서 정식 발매될 예정이다. 23년간 자동차 업계에 몸담았던 박 대표는 CEVO 품질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차가 작아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CEVO는 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대신 충격에 다소 약한 ‘모노코크 보디’가 아니라 충격에 강한 ‘프레임 보디(보디 온 프레임)’로 제작해 웬만한 경차보다 안전하다”며 “자동차라기보다 ‘이륜차’에 가까운 경쟁 모델과 달리 공조(에어컨) 시스템 등 자동차로서의 요건을 제대로 갖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견기업이 차를 개발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함께 개발할 업체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다행히 전남 영광군 지원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박 대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로 나가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산업 초기에는 물량이 적으니 정부 육성책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부품 규격을 공용화·표준화해 여러 업체가 만든 부품을 서로 호환되게 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술도 기꺼이 공유할 용의도 있고요. 세계를 보고 뛰어야 할 판에 국내에서 싸우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인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