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가족 여행 중 20대 운전자의 보복 운전으로 사망한 피해자 부부. 동승했던 두 딸은 눈앞에서 부모를 잃었다. 아사히신문 제공
요코하마(橫濱) 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14일 고속도로 보복운전 과정에서 추돌 사고를 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시바시 가즈호(石橋和步·26)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시바시에게 적용된 ‘위험운전치사상죄’의 최고 형량(20년)에 가까운 형량이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이 피해 차량과 직접 부딪치진 않았지만 고속도로에서 갑작스럽게 앞으로 끼어들며 차를 세우게 한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시바시는 지난해 6월 가나가와현 도메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차 문제로 일가족 4명이 탄 승합차와 시비가 붙었다. 승합차가 먼저 출발하자 자신의 차량을 몰고 뒤쫓아 갔다. 이후 고속도로에서 4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승합차 앞에 끼어들며 위협하는 보복운전을 반복했다.
장녀는 이전 공판에서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며 “본인이 기분이 상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위험에 처하도록 제멋대로 하는 행동은 용서될 수 없다”며 이시바시에 대해 엄벌을 요구했다.
피고인 측은 운전하던 중이 아니라 차량을 멈춘 뒤 사고가 난 만큼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는 법리상으로는 인정될 여지가 상당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쟁점이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해에 의해 사고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성립한다”고 결론지었다. 또 “생명에 대한, 극히 위험성이 높은 행위를 했고 결과도 위중했다”며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상식을 벗어난 범행”이라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시바시는 과거에도 3차례 보복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로 졸지에 눈앞에서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딸들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며 ‘보복운전 처벌 강화’ 여론이 들끓었다. 증거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량도 급증했다. 지난해 7∼9월 43만 대가 팔린 차량용 블랙박스는 사건이 알려진 뒤인 올 10∼12월 86만 대가 팔려 나갔다.
이번 재판은 방청석 정원(41석)의 17배가 넘는 700명이 몰려들 정도로 일본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NHK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선고 결과를 속보로 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