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火電서 숨진 김용균씨 유품 공개
11일 오전 1시경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중 몸이 끼여 숨진 김용균 씨(24)의 유품. 석탄가루가 묻은 수첩과 고장 난 손전등, 건전지, 컵라면 세 개와 과자 한 봉지 등이 나왔다. 김 씨는 평소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제공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 씨(24·사진)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아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살인병기’로 내몰겠느냐”면서 “옛날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김용균 씨는 11일 오전 1시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의 소음 점검 작업을 하다가 몸이 끼여 숨졌다. 15일 공개된 김 씨의 유품에선 끼니를 때울 컵라면 세 개와 과자 한 봉지가 나왔다. 김 씨는 평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위험한 곳에서 작업을 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안전문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 군(당시 19세)의 유품에서도 컵라면이 나왔다.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김용균 씨가 직접 산 손전등은 고장 난 상태였고, 사고 당시에는 휴대전화 조명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혼자서 컨베이어벨트 6km가량 구간을 점검하는 일을 했다. ‘설비 순회점검 구역 출입 시 2인 1조로 점검에 임한다’는 한국발전기술의 내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에 설치돼 있는 ‘풀코드(정지) 스위치’도 혼자서 작업하고 있을 때에는 누를 수 없는 구조다.
또 전국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이 11일 오전 5시 37분경 서부발전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서부발전은 오전 6시 30분경부터 약 80분간 김 씨가 사망한 컨베이어벨트에서 1m가량 떨어져 있는 벨트를 돌렸다.
서부발전이 국회에 태안화력발전소 관련 인명사고를 보고하면서 2011년 이후 발생한 사망자 4명을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는 10월 실시한 안전검사에서는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부는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김 씨는 사고 발생 열흘 전인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나는 화력발전소에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석호 will@donga.com / 태안=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