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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의장 만나 “여야 합의땐 지지”… 발언 녹화하게 해

입력 | 2018-12-17 03:00:00

여야 전격합의 막전막후
文의장, 14일 오전 靑에 면담 타진… 靑, 오후 3시 “오늘 가능하다” 회신
文의장, 5당 원내대표 만나 조율… 오후 5시반 靑집무실서 30분 면담
文의장, 단식장 찾아 대통령 뜻 전달




열흘간의 야당 대표 ‘단식 투쟁’ 등 극단적 대치를 끝낸 15일 선거구제 개편 합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막후 채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 의장의 전격 제안으로 성사된 대통령-국회의장 면담이 ‘출구 없는’ 교착 국면을 끝낸 분수령이 된 것.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의장이 청와대에 대통령과의 면담을 타진한 것은 14일 오전 10시경.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40분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문 의장이 대통령 면담을 추진한 것은 17∼25일 국회의장 중동 순방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번 주말을 넘기면 내년 초까지 장기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문 의장의 면담 제안을 받고 같은 날 오후 3시경 “오늘 면담이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문 의장은 청와대의 전갈을 받고 원내대표 2차 회동 시점을 오후 5시에서 4시 반으로 정정해 원내대표들의 여야 5당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오후 5시 반부터 대통령 집무실에서 30분간 문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 합의를 본다면 지지할 뜻이 있다”며 “단식하는 대표님들도 건강이 아주 걱정이 되는 상황이니 큰 틀의 합의로 단식을 푸시고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하는 데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녹화장비를 집무실로 가져오게 해 이 같은 자신의 발언을 녹화하도록 하기도 했다.

문 의장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야당 대표를 찾아갔다. 먼저 오후 7시경 국회 인근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만찬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 ‘전향적 결단’을 촉구했다. 오후 8시 반경에는 다시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국회 단식 농성장을 찾아가 문 대통령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

문 대통령도 합의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15일 국회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국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해 합의안을 도출하면 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결국 이날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기자회견을 한 차례 미루고 초안 합의문에서 일부 문구를 재조정한 후에야 선거제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 손학규·이정미 대표도 열흘 만에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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