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격합의 막전막후 文의장, 14일 오전 靑에 면담 타진… 靑, 오후 3시 “오늘 가능하다” 회신 文의장, 5당 원내대표 만나 조율… 오후 5시반 靑집무실서 30분 면담 文의장, 단식장 찾아 대통령 뜻 전달
열흘간의 야당 대표 ‘단식 투쟁’ 등 극단적 대치를 끝낸 15일 선거구제 개편 합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막후 채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 의장의 전격 제안으로 성사된 대통령-국회의장 면담이 ‘출구 없는’ 교착 국면을 끝낸 분수령이 된 것.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의장이 청와대에 대통령과의 면담을 타진한 것은 14일 오전 10시경.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40분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문 의장이 대통령 면담을 추진한 것은 17∼25일 국회의장 중동 순방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번 주말을 넘기면 내년 초까지 장기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문 의장의 면담 제안을 받고 같은 날 오후 3시경 “오늘 면담이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문 의장은 청와대의 전갈을 받고 원내대표 2차 회동 시점을 오후 5시에서 4시 반으로 정정해 원내대표들의 여야 5당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오후 5시 반부터 대통령 집무실에서 30분간 문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 합의를 본다면 지지할 뜻이 있다”며 “단식하는 대표님들도 건강이 아주 걱정이 되는 상황이니 큰 틀의 합의로 단식을 푸시고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하는 데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녹화장비를 집무실로 가져오게 해 이 같은 자신의 발언을 녹화하도록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합의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15일 국회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국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해 합의안을 도출하면 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결국 이날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기자회견을 한 차례 미루고 초안 합의문에서 일부 문구를 재조정한 후에야 선거제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 손학규·이정미 대표도 열흘 만에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