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中 개혁개방 40년 상징 된 선전市
1980년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될 당시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개혁개방 40년 동안 화웨이 텐센트 등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도시로 발돋움했다. 선전=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11일 선전의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본사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의 조 켈리 화웨이 국제미디어사무부 부총재는 “선전이 중국을 대표하는 테크놀로지 센터로 거듭나기까지 화웨이의 기여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1980년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 40년 역사의 상징이다. 중국은 18일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다.
○ 뉴욕-런던-싱가포르와 어깨 나란히
개혁개방 시작 전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선전은 세계 경쟁력 5위 도시로 올라섰다. 10월 중국 사회과학원과 유엔 인간주거계획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선전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에 선정됐다.
○ 선전 혁신기업들이 만드는 선순환 생태계
10, 11일 찾은 선전 난산(南山)구는 화웨이, 텐센트, TCL 등 중국의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몰려 있는 ‘과학기술구’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입주해 있는 난산즈위안(南山智園)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수많은 인력들이 쏟아져 나오고 들어갔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글로벌 과학기술 기업들은 선전에 테크놀로지 제품, 부품 생산 및 공급과 물류가 완벽한 체인을 구축하는 초대형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 공급체인은 수천 개의 중소형 제조공장과 연결돼 있다. 더 많은 양질의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선전으로 몰려들면서 생태계는 더욱 완성도를 높여 가는 선순환에 들어갔다.
그에 따르면 매년 30만여 스타트업 기업이 선전에서 창업한다. 그는 “선전은 하드웨어 혁신의 대명사”라며 “베이징(北京)에 바이두가 있고 항저우(杭州)에 알리바바가 있지만 화웨이와 같은 하드웨어 혁신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한국 영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서 창업팀들이 베이징 상하이가 아닌 선전에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1년 걸리는 혁신기술 연구개발도 선전에서는 3개월이면 가능하다”는 말이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 최근 수년간 기업 특허신청, 중국서 최다
선전에서 2013년 창업한 교육용 로봇 제조업체 메이크블록도 선전의 혁신제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10일 만난 루나(盧娜) 메이크블록 통합마케팅부 총감독에 따르면 프랑스 공립학교의 60%가 이 기업이 만든 교육용 로봇을 수업 교재로 쓰고 있다. 전 세계 학교 2만여 곳에서 이 기업 로봇을 사용해 지난해 매출이 2억 위안(약 328억 원)을 넘어섰다. 루 총감독은 “선전에서 발달한 하드웨어 제조, 물류 체인 덕분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매우 빨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런 환경 덕분에 최근 수년간 선전시 기업의 특허 신청도 중국에서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선전의 선순환은 피혁 등 전통 제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혁신 테크놀로지 기업이 중국 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젊은층을 선전으로 끌어모으면서 소비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만난 훠룽화(곽榮華) 선전피혁산업협회 비서장은 “선전의 혁신이 선전을 유행과 디자인의 도시로 만들었다”며 “선전에서 발전한 기업들이 지방정부에 세금을 내고 시는 재정을 재투자하면서 기업에 보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전=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