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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中과 임명권 합의 후 지하교회 주교 강등·은퇴시켜”

입력 | 2018-12-17 07:12:00


 바티칸이 지난 9월 중국과 주교 임명권 문제에서 잠정 합의한 이후 지하교회 주교를 강등, 은퇴시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종교 전문 사이트 아시아 뉴스가 1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는 바티칸은 중국 정부가 관제 천주교애국회를 통해 독자로 주교를 임명한 교구 2곳의 사제 통일작업을 시행했다.

바티칸은 과거 파문한 천주교애국회 소속 주교의 복귀를 인정하는 대신 교황이 임명한 지하교회 주교의 직급을 낮추거나 퇴진시키는 형태로 조정을 진행했다.

아시아 뉴스는 푸젠성 민둥(?東) 교구의 주교를 천주교애국회 출신으로 앉히는 의식이 지난 1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거행됐다고 전했다.

새로 민둥교구 주교에 서품된 잔쓰루(詹思祿) 주교는 잠정 합의로 바티칸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간 바티칸에 서원한 주교로 인정을 받아온 지하교회 궈시진(郭希錦) 주교는 보좌주교로 강등됐다.

바티칸 대표단은 “중국 교회 전체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달라”고 궈시진 주교에 부탁했다고 한다.

또한 지하교회 광둥성 산터우(汕頭) 교구 주교를 맡은 사제는 바티칸으로부터 은퇴하라는 통고를 받았다.

중국에 접근하는 정책을 추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 임명 잠정합의 후 “중국의 가톨릭 교회를 재차 하나로 만들어 달라”며 화해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바티칸을 추종하며 여전히 저항하는 지하교회를 어떻게 대우할지에 관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홍콩 언론은 지난달 저장성 원저우(溫州) 교구의 지하교회 주교가 구속당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민둥교구 지하교회 소속 신부는 SNS에서 “40년간 이어온 우리 교회가 역사적인 사명을 끝내려 하고 있다. 바티칸은 이미 지하교회를 중국 정부의 수중에 넘겼다”고 비판했다.

지하교회 측에서는 바티칸이 중국에 굴복하면서 중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지하교회가 천주교애국회에 흡수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요셉 천르쥔(陳日君 86) 추기경은 지난달 29일중국 당국이 바티칸과 주교 임명권과 관련한 잠정 합의를 시발로 해서 지하교회의 일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천르쥔 추기경은 중국이 바티칸과 중국 내 주교임명권 문제를 타결한 것은 탄압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국이 조정하는 꼭두각시인 주교 7명을 공인함으로써 지하교회를 말살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는 약 1200만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가 있다. 이들은 관제 천주교 애국회와 바티칸에 충성을 서약한 지하교회 소속으로 나뉜다.

홍콩 언론은 중국 당국이 일부 지하교회의 주교를 구속하는 등 9월 바티칸과 합의 후에 감시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교구 주교를 역임한 천 추기경은 “잠정 합의는 교황을 따르는 신자를 배신한 것”이라며 “교황이 최종적으로 중국 주교를 임명한다고 해도 중국 측이 지명한 후보 중에서 뽑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천 추기경은 이미 중국 당국이 지하교회 주교에 자택미사를 금지하는 등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기 방중을 요청하고 있다. 천 추기경은 “교황이 이르면 내년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교황의 방중을 외교적 성과로 삼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천 추기경은 사태 진전이 빠르게 진행하면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임명권에 정식 합의할 공산도 농후하다고 경계했다.

‘무신론’ 입장을 취하는 중국공산당은 문화대혁명 기간 가톨릭에 대해 탄압과 박해를 가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교도인 무슬림과 티베트불교 신자 등을 겨냥한 감시를 확대하고 있다.

상하이 출신으로 홍콩으로 이주한 천 추기경은 “나는 누구보다도 중국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10월 말 바티칸을 찾은 천 추기경은 지하교회 신자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