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한결 노동팀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의 로고 앞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허숭범, 이원재, 박동열 변호사, 이경우 대표변호사, 정경심 노무사, 김장식, 황예영, 이상도 변호사.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15년 국내 은행의 무기계약 직원들이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은행이 희망퇴직자의 근무기간을 근속연수로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쟁이 일어났다.
장기간 기간제로 근무하다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지 1년 6개월 정도 밖에 안 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 기간만 근속연수로 인정받았다. 오래 근무할수록 퇴직금에 대한 세금 혜택이 컸기 때문에 근무기간이 짧은 퇴직자는 퇴직소득세를 국가에 더 많이 내야 했다. 이 직원 중 일부는 국가를 상대로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희망퇴직의 자격을 갖췄다고 회사가 판단했다면 그에 합당한 근속연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의 형태가 바뀌었지만 같은 업무를 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은 이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고 직원들의 편을 들어줬다. 이때 법무법인 한결이 곁을 지켰다.
‘노동’은 한결을 대표하는 단어다. 한결의 대표주자격인 노동팀은 다양한 경력과 경험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30년 이상 경륜을 쌓은 이경우 대표변호사(63·사법연수원 14기)는 평균 10년차 이상의 베테랑들을 이끌고 해마다 30여 건의 노동사건을 대리한다. 지금까지 처리한 노동 관련 소송만 수백 건이다. 이 노하우가 쌓이면서 지금의 한결이 만들어졌다.
반면 부당 노동행위를 당한 직원들에게는 사측이 형식적으로 법을 지켜낸 것처럼 보이는 부분의 빈틈을 파고들어 구제를 돕는다.
가끔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을 맡게 되면 난감해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현장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도 노동팀이 자랑하는 능력이다. “법은 현장을 모르고, 현장은 법을 모른다”는 것이 노동팀의 지론이다. 문제가 된 상황을 우선 짚어내고 충분히 이해한 뒤 의뢰인에게 조언을 건넨다. ‘변호사가 우리 현장을 이해나 할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품었던 의뢰인들은 오히려 이해도가 더 높은 변호사들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최근 한결이 주목하고 있는 노동계 이슈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전면 시행이다. 당장 내년부터 처벌 정책이 시행되면 각계에서 파열음이 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현장과 같이 공사기간이 정해져 있고,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 곳은 근로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단체의 총파업으로 논란이 됐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운영도 노사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야기될 개연성이 있다. 모두 정부가 시행령 등으로 가이드라인을 잡아주기 전까지는 법 해석을 둘러싼 공방이 필연적이다.
김장식 변호사(50·32기)는 “한결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의견의 교환이 자유롭고 위계보다는 수평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여기엔 특정 오너가 이끄는 로펌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다. 설립자와 오너는 동격이 아니며 여전히 ‘함께 벌어, 함께 나눈다’는 가치를 공유한다.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해고, 임금, 산업재해부터 현 정부에서 새로운 이슈로 등장한 주 52시간 근로제까지 다양한 이슈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결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늙지 않는 로펌’은 한결의 또 다른 이름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